장산에서 만난 만추
- 내용
길가의 가로수들이 울긋불긋 물들고 아파트 산책로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부산도 어느새 완연한 만추의 계절로 접어 들었다.
멀리 단풍 구경을 못간 탓에 집근처의 장산을 찾았다. 장산 입구인 대천공원에 들어서니 양쪽으로 나열해 서 있는 튼실한 느티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사람들을 맞이해 주고 있다. 물기 마른 잎새들은 미풍에도 못 견디겠다는 듯 땅위로 사뿐 사뿐 내려앉는다. 사람들의 머리위에도 낙엽들이 잠시 앉았다 떨어진다.
공원 왼쪽의 대천호수는 물색이 한결 진해졌다. 호수를 둘러싼 나무들은 붉은 색 으로 물들어 산책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낙엽이 쌓인 공연장 뒤쪽 구릉에는 중년 여자 셋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산 계곡을 따라 쉬엄쉬엄 올라가니 석태암 근처를 지난다. 누군가의 사십구제가 있는지 스님의 경 읽는 소리가 계곡의 물소리에 섞여 흘러내려 간다. 암자의 마당에 서있는 고목의 단풍이 곱다.
폭포사에 도달해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서편 산등성이가 온통 꽃단장에 정신없다. 누구를 위한 꽃단장일까.... 아마도 사람들에게 산의 진면목을 잠시 잠깐 보여주기 위한 것이리라.
폭포사를 지나 양운 폭포를 향하니 등산객들과 산책객들이 길을 가득 메울 정도다.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끼리 모두다 만추의 분위기에 젖어 행복한 표정들이다.
양운폭포 앞에 이르니 물소리는 여전히 씩씩하다. 근처 보기 좋게 물든 굴참나무 앞에서는 젊은이들이 사진 찍느라고 야단이고, 체육공원 쪽에서는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하산을 하느라고 떠들석하다.
아직은 그리 춥지 않아서 걷기에 딱 좋은 계절. 단풍 구경을 못간 시민들이라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집 근처의 산에 올라 부산의 만추를 한번쯤 구경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지…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11-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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