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피프빌리지의 이모저모
- 내용
부산국제영화제로 부산이 들썩들썩 하고 있다. 별들이 부산으로 집결한다고 야단이다.
조용히 마음에 드는 영화나 보러갈까 하다가 개막 이틀째인 지난 금요일 오후 늦게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았다.
하늘은 잿빛으로 잔뜩 흐려 있었고 날씨마져 쌀쌀해서 과연 사람들이 많이 나왔을까하는 걱정을 했지만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고 있었다.
해수욕장 중앙에는 컨테이너를 조립해서 만든 붉은색의 파빌리온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동안 각종 영화제를 다니면서 찍은 60여편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배우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다.
파빌리온을 나오니 백사장에는 세명의 여배우 모래조각이 설치되어 있었다. 인도의 아이쉬와리아 라이, 한국의 김지미, 프랑스의 줄리엣 비노쉬가 정교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올해 영화제의 주요 여배우 인것 같았다. 그 세명의 여배우들 앞에서도 젊은이들은 기념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옆으로 부스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중에는 얼마전 타계한 곽지균 감독을 추모하는 부스도 있다. 그의 대표작이었던 '젊은날의 초상, 포스트와 그가 만든 영화 필름, 촬영사진,메모지,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마셨을 것으로 보이는 소주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감독이라서 그런지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추모 부스가 어쩐지 썰렁해 보인다.
그 맞은편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어서 살펴보니 한국음식문화체험관이다. 한국의 반상을 전시해 놓고 그 옆에는 떡에다 도장을 찍는 절편만들기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왕의 옷을 입어보는 체험도 있었는데 어느 외국 남자는 왕의 옷을 입고 이리저리 폼을 잡아보며 무척 즐거워 하고 있었다.
노보텔 호텔 앞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리고 있었다. 30여명의 스타들이 선을 보이는 스타로드쇼가 8시에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왕 온김에 구경이나 하고 갈까해서 백사장을 거닐다가 우연히 일본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쿄토에 사는 62세의 중년여성인데 이웃에 사는 5명의 친구와 함께 부산 국제영화제를 보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 남자배우들을 무척 좋아해서 그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보이는 일본여성들까지 부산으로 불러들이는 부산 국제 영화제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 같다.
이미 해는 져서 해수욕장은 어둠에 잠겼고 파도소리도 거세어 지는데 스타들을 보려고 사람들은 해수욕장으로 자꾸만 모여들고 있다. 호텔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져서 나는 귀가를 서둘렀지만 사람들은 준비해온 우산을 쓰고 힘들게 행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10-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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