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랜 벗, 개
부산박물관 특별테마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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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며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개로 '애완견 (愛玩犬')이라는 용어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반려'에 개를 뜻한 '견'자를 써서 '반려견'이라는 명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만큼 개를 바라보는 시선이 최근 달라져 왔다는 이야기이다.
부산박물관 기증실에 가면, '백납병풍‘ 이 있다. 조선말기 초상화 화가로 유명했던 채용신의 작품으로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 윤비가 소장했던 것이다. 순정효황후는 6.25전쟁 당시 장지마을(부산 해운대구 우1동 소재)에 2년간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 자신을 돌봐준 지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준 것이다. 김남숙 여사가 아버지의 유물인 이 '백납병풍'을 기증하였다. 이 병풍 안에 어미개와 강아지를 그린 채용신의 숨결이 숨어있다. 사람들의 초상을 주로 그렸던 그가 어미개와 강아지를 그릴 때도 그런 섬세하고 인격적인 시선으로 다가갔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나무아래 계단에서 나오는 마당 눈빛이 또렷한 어미개가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 그 아래 어미젖을 빠는 세 마리의 강아지가 반쯤 눈을 감은채 어미의 젖가슴에 몰려있다. 어미개는 혹여나 강아지를 누가 노릴까 꼬리를 낮추고 눈빛을 밝히고 입을 야물게 다물어 생명들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개는 동물 중 가장 먼저 인간과 함께해 온 친근한 동물로 다정하고 믿음직한 인간의 오랜 벗이다. 개는 한자로 '술(戌')이고, 술은 '지킬 수(戍)'자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며, '지킬 수(戍)'는 '지킬 수 (守)','나무 수 (樹)'와도 음이 같다. 즉 나무 아래 개는 '술수수수(戌戍守樹)'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다. 나무 아래서 어미 개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은 가정의 화목을 도둑으로부터 지킨다는 의미이며, 긁는 개는 집안에 복을 가져온다고 여겼다. 마당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 등이 빌딩 숲을 이루는 오는날, 집을 지키는 개의 전통적 역할과 상징은 많이 퇴색했다. 그러나, 마당에서 실내로 들어와 한층 더 밀접해져 인간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인간의 정서적 빈곤감을 채워주고, 육체적 한계를 도우는 등 반려동물로 역할이 커졌다.(부산박물관 '인간의 오랜 벗, 개' 전시 안내문 중 발췌)
명절을 맞아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을 방문해 보니 어미개와 그 주변으로 한없이 개구진 강아지들의 장난을 지켜 볼 수 있었다. 35년을 부산에서 계시다 은퇴 후 조용한 시골로 내려가신 부모님, 명절을 맞아 자녀들과 손주들이 찾아오니 무척이나 기쁘신가 보다. 명절에 아이들은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의 어미 개와 강아지들에게 먹이도 주고 쓰다듬기도 하며 색다른 기쁨을 누리고 있다. 사람 사는 곳에 개도 멍멍 짖어 대고 닭도 꼬꼬덱 거리며 이 땅의 생명들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시골집에서 느끼게 된다.
무술년 부산박물관 개관40주년 2018 개띠 해 전시전이 2층 로비에서 있다. 2월 9일부터 7월 1일까지이다. 반려견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온 인간 곁의 따뜻하고 충직한 개의 고전화를 살펴보면서 우리 곁의 생명들이 '유기'되지 않고 '반려'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볼 것이다.
- 작성자
- 김광영/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8-02-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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