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가 있는 아낙들의 수다 장, 괴정동 공동우물
그 시절, 옛 우물가 그립구나
- 내용
등목물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 밥상을 물리면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는 양동이를 들고 이웃집으로 물을 길러 나섰다.
▲ 마을 공동우물 두레박이 달렸던 곳에 지금은 수도꼭지가 달렸다.
한 번에 한 동이씩 머리에 이고 열댓 번을 오가면 하루 쓸 물이 모아졌다.
우리는 우물이 있는 그 집을 '새미 집'이라 불렀다. 새미는 동네 아낙들의 의사소통 공간이었다.
▲ 마을 공동 빨래터의 전경. 주민 한분이 빨래를 하고 있다.남편 험담이나 시누이 흉보기, 남녀상열지사, 아들 딸 자랑들이 모두 이 우물가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모아진 말들은 때로는 부풀려지고, 때로는 꼬이기도 하면서 온 동네를 하나로 묶었다.
꼬마들에게도 우물은 더없이 재미있는 곳이었다.
힘에 부쳐 물이 가득 찬 두레박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한 여름 차가운 샘물로 하는 '등목'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이기도 했다.
▲ 회화나무 두 그루 모습.
하지만 우물은 또한 무서웠던 곳으로 기억된다.
귀신이 살면서 밤중에 지나가는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에 해만 지면 발길을 뚝 끊어졌다.
산발을 한 채 스르르 올라오는 만화 속 우물귀신은 또 왜 그렇게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던지.
어느 순간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상수도가 동네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우물을 찾는 발걸음은 잦아들었다.
덩달아 아낙들의 이야기꽃도 수그러들었다. 우물은 점차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마침내 하나 둘 허물어져 갔다. 도시화는 옛 것들을 아주 빨리 우리의 주변에서 밀어내버리고 말았다.
▲ 마을 어르신이 빨래터를 이용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괴정1동의 '정수암 공동우물'은 지난해 현대식 시설로 탈바꿈했다. 식수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60여 년 전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에는 손이 시리고 겨울에는 김이 날 정도로 물이 좋다며 주민들은 한결같은 찬사다.
날이 가물어도 물이 마르는 적이 없다고 한다.
우물 관리 비용 마련을 위해 자율모금함을 갖춰놓았다. 지금도 50여 가구 이상이 사용한다.
▲ 마을 아낙네가 빨래를 하여 손수레에 담아 끌고 간다.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은 해마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열매를 맺지만 열매들이 모두 싹을 틔우지는 않는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는 부산시지정물 보호수로 되어 있는 회화나무는 고사할 때를 대비하여 후계목을 번식, 생산을 하는 곳이다.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학자수, 출세수, 행복수로 불리어왔다. 회화나무 꽃은 조선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님이 내리는 ‘어사화’로 사용되어 왔다.
▲ 책은 내 친구, 학자수 꼬맹이 도서관.부산시 지정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670년 회화나무는 집안에 심으면, 학자가 태어난다고 해서 ‘학자수’라고 불러왔다.
괴정이라는 지명도 회화나무의 한자어인 괴목槐木이 정자목으로 있는 마을에서 유래됐다.
이곳 회화나무는 한때는 천연기념물 제316호로 지정되었다. 나무가 쇄약해지다보니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고, 부산시지정물 제2-9호로 지정되어 보호수로 관리를 한다.
- 작성자
- 조분자
- 작성일자
- 2020-03-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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