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해넘이 축제의 현장에서
- 내용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해넘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다대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아주 추운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두툼한 방한복에 목도리를 두르고 가족끼리, 친구끼리,혹은 연인끼리 짝을 지어 행사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대형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고 추억의 사진찍기, 소망엽서쓰기, 소망판에 소망적기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소망판에 어지럽게 쓰여있는 소망들을 읽어본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가장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이 아마도 가족인 모양이다. 소망판 한가운데 재미있는 소망 하나가 보인다. '승진해서 mp3 사주세요' 라고 적혀있다. 아빠의 승진을 기원하는 어린 아들의 소망인것 같다. 그 옆에는 군에 간 아들이 군 생활 잘하기를 기원하는 부모의 소망도 있고 증권해서 대박나기를 꿈꾸는 속없는 사람의 소망도 보인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기를 기원하는 생들의 소망과 꼭 취직이 되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소망도 많다.
부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차 한잔을 손에 들고 사람들은 제각각 일몰을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가 자리를 잡는다. 다들 별 말이 없다. 진다는 것, 마지막이라는 것, 간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수를 줄이게 하는 모양이다. 아직 해는 서편하늘에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그 빛을 받아 다대포 바다의 수면은 보석처럼 빤짝이고 있다.
시간이 흐르자 해는 점차 바다와 가까워진다. 바다와 가까워지는 해는 더욱크고 붉다. 마치 마지막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가 더욱 힘을 내는 것 처럼. 그 때문인지 바다위의 하늘은 더욱 아름답고 신비한 빛깔로 물들어 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은 일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내기에 바쁘다.
둥글던 해의 한 귀퉁이가 어둠속에서 짤려나가자 사람들의 아쉬워하는 탄성이 들려온다. 무심코 옆자리에 눈길이 간다. 두손을 꼭 잡고 말없이 일몰의 풍경에 몰두하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어디선가 새 몇마리가 날아와 붉게 물든 서편 하늘을 그림처럼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해가 모습을 감추려 하자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지는 해에게 안녕을 고한다. 누군가가 '잘가라, 그리고 내일 또 보자' 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음에도 서편하늘은 여전히 붉으레하다.
뭔가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의 마음이 바로 저런 색깔일까 생각해 본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지자 거리의 가로등불이 켜지고 나무가지의 장식전구가 예쁘게 불을 밝힌다.
해변가를 내려보고 있는 고층아파트의 베란더에서도 불이 켜지고 상점의 네온사인도 불을 밝히고 바다 멀리 등대에서도 불이 켜지고 있다. 돌아서 보니 동편 하늘에서는 보름달이 어두운 밤하늘에 환하게 돋아나 있다.
행사장 무대에서는 누군가가 낭낭한 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처연한 목소리로 소리 한판을 부르기도 한다. 한해를 떠나보내야 하는 회한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다.
곧이어 불꽃쇼가 있을거라는 멘트가 들려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손끝도 시리고 발끝도 시리고 두 뺨도 얼어붙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모두들 환상적인 불꽃쇼를 보기위한 것 같았다.
갑자기 불꽃 하나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올라와 터지기 시작한다. 한해의 마지막 밤에 바다가에서 볼 수 있는 불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것이다.수많은 불꽃들이 밤하늘에 수를 놓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고개를 뒤로 넘겨 연속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는 불꽃쇼를 바라보며 환희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흩어져내리는 불꽃들이 바로 눈앞에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환상적인 불꽃쇼를 보면서 사람들은 지난해의 아픔과 걱정,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을 모두 털어내는 것 같았다.
15분 가량의 불꽃쇼가 끝나자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흩어져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모두들 기슴속엔 한해의 마지막 날에 대한 추억 한 장씩을 지니고. 해넘이 축제는 그렇게 끝이났다. 다대포 바다는 어둠과 적막 속에 잠길 것이다. 그러나 몇시간 뒤에는 다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1-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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