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에 찾아온 눈 손님
부산의 아이들에게 추위가 아닌 추억을 선사하다.
- 내용
부산에 눈이 내린다. 5년만의 폭설이란다. 입춘을 지나 경칩까지 지난 3월 10일 수요일. 꽃샘추위가 온다고는 했지만, 너무도 갑작스런 폭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겠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왔다. 하지만, 부산에 내리는 눈은 또 다른 느낌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보는 눈과 어른들이 보는 눈도 다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눈으로 인해 차량들도 일제히 주차장에서 도열한 채 시동을 멈추었고,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선다.
임시휴교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은 눈 오는 3월의 수요일. 비가 아닌 눈을 흠뻑 뒤집어 맞으면서도 깔깔대며 웃고 있는 아이들이 천진스럽다. 그 아이들은 눈으로 인해 추위가 아닌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편을 나누어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느라 눈을 움켜쥐기에 손 시린 것도 잊어버린 것 같다.
아이들의 눈 속에 비춰진 눈(雪)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 주머니 같다. 일상의 삶의 무게에 지쳐 있는 어른들에게 눈은 어쩌면 치워내야 하는 쓰레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모래주머니를 꺼내 눈 위에 덮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나가 쓸어내야 하는 일거리가 되지만, 아이들은 먼저 우리에게 '눈을 즐길 줄 아는 눈을 떠라!' 말하는 것 같다.
3월에 꽃샘추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눈 손님. 부산의 아이들에게는 추위를 잃어버리고 추억을 선사해 주고 있다. 부산에 5년 만에 찾아 온 반가운 눈, 광안리 가득히 하얗게 눈으로 쌓여진 것을 보며, 우리의 잃어버린 동심과 삶에 대한 경이를 새롭게 해 본다.
어릴 적 부르던 동요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한 소절을 읊조려 본다.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3-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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