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의 꿈이 꿈틀거리는 ‘인디고 서원’
부산의 색다른 서점 탐방기
- 내용
얼마 전, 수영구 도서관에서 따끈한 신간도서를 둘러보다가 한 특별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믿는 이것 (This I believe)’이라는 책이었다. 흔히 책이라고 하면 성년 작가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청소년들이 만들어 낸 책이라는 독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사고와 고민으로 만들어진 책, 그 자체만으로 책에 대해 혹은 우리사회문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책이 만들어진 출판사를 보니 먼 곳이 아닌 내가 사는 동네에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어 가까운 걸음으로 방문해 보았다. 입시학원이 빽빽이 들어서 마치 하나의 타운을 이룬 듯한 대남로터리 남천동 한가운데 산뜻한 건물에 소박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어떤 곳일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일반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지나 참고서 문제집 그리고 상업성 있는 인기책들은 별로 보이지가 않았다. 할인행사나 특별판매코너도 없다. 책을 정리하는 직원에게 질문을 드리니 발런티어로 자원봉사로 서점 일을 하고 있어 일반서점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주로 인문학 도서들이 서고가득 차 있었는데 마치 도서관의 인문학 서적 파트에 온 그런 느낌도 든다. 인테리어도 서점(Book Store)이라기 보다 어디서든 앉아서 책을 읽고 싶은 북카페(Book cafe)같은 그런 분위기를 풍겨주었다.
이곳은 바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INDIGO) 서원’이다. 부산에 있는 인디고 서원은 그동안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 잡지 <인디고잉>(INDIGO+ing)을 내놓는 등 ‘청소년 인문학’을 꾸준히 가꾸어온 곳이다.
단순하게 책을 팔기 위한 서점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으로 독서토론회도 이루어지고 책도 만들고 세미나도 하는 책과 함께 자라가는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는 그런 곳이었다.
인디고 창립취지문에서 허아람 대표는 인디고서원의 철학을 담아내었다.
“책 읽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 땅의 청소년들은 무한 경쟁속에 내던져져서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성장은 돌보지 못한 채 온전하게 꿈을 꾸지도 못한 채 혼돈의 시간을 헤매이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은 꿈꾸는 청소년들을 길러낼 것입니다.”
이곳은 2004년 8월, 허아람 대표가 청소년 인문학 공부의 장을 만들기 위해 입시학원 한가운데 서점을 내면서 출발하여 2008년 8월에는 대형 출판사도 기획하기 힘든 세계의 창조적 실천가 45명을 부산으로 초청해 청년들의 꿈을 나누고 소통하는 ‘인디고 유스북페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인문학 부흥운동에 활력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북페어로 올해 초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중심으로 15명의 글로벌 인문학 프로젝트팀을 구성 세계적 석학들인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인도의 에코 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먼 등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하였단다.
우리에게 ‘강아지 똥’ 작가로 알려진 2007년 작고하신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책을 한권 나서 서점을 나오며 우리 청소년들이 폭넓은 사고로 함께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며 글을 적어 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꿔본다. 부산에 이런 특색 있는 인문학 서원이 있어,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가는 좋은 토양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5-2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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