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방과 진두어화의 재현
광안리 어방축제
- 내용
광안리 어방축제가 6월 11일에서 13일까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원래는 4월 중순쯤 남천동 벚꽃이 활짝 필 무렵 열릴 예정이었으나 올해는 천암함 사건으로 벚꽃 없는 어방축제가 되었다.
오후 5시쯤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변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햇살은 뜨거웠고 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모습이 시원하게 눈앞에 들어온다. 해변도로에는 축제를 알리는 노란색의 소망등이 일렬로 나열해 서있다.
'광안리 어방 축제' 하면 두가지 단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어방'이란 말과 '진두어화' 란 두 단어다. '어방'이란 말은 그 옛날 어업활동이 활발했던 현재의 수영지방에 어업을 권장하고 어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어업기술을 지도했던 어업협동체 같은 것을 수영성안에 두었는데 그것을 어방이라고 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수산업 협동조합 이라고나 할까. 오늘날 광안리가 전국 최고의 회 밀집지역이 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개막식은 오후 6시에 시작되었다. 수영 어린이 합창단과 어머니 합창단이 개막식을 열고 축제추진 위원장이 개막식 선언을 했다. 그리고 광안리 어방 축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떡 커팅식과 개막공연이 이어졌다. ET 모양을 한 놀이단이 해변 가에 나타나자 마치 외계인이라도 출몰한 듯 제법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7시가 되자 어방 축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그물끌기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 전에 풍물패들의 춤 공연이 한바탕 이어지고 시민들이 참가한 줄다리기 행사가 열렸다. 광안대교의 배경이 되고 있던 하늘이 점차 어둠에 물들기 시작한다.
광안리 앞바다에서 그물을 치고 고기몰이를 하던 배(이 배를 게락호라고 함)에서 황금 빛 불꽃이 솟아오르자 사람들은 쌍끌이 밧줄을 끌어당긴다. 그때쯤 광안대교도 오색찬란한 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물이 점점 해변 가로 당겨져 오자 풍물패들은 풍어를 기원하며 꽹과리와 북을 신나게 두드린다. 시민들도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이른바 수영어방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어둠속에서 자연과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그물이 해변 가에 도달하자 일부 시민들은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아 올리며 즐거워한다.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부산포 해전을 치를 때 경상 좌수영 수군들도 이렇게 고기를 잡아 저녁 반찬거리로 사용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물 속에 고기를 몰아주던 배들이 불빛을 반짝이며 다시 어둠속으로 떠나간다. 떠나가는 배들을 향해 사람들은 제각기 소망을 외쳐댄다. 이즈음 캄캄한 광안리 앞바다는 떠나가는 배들의 불빛들이 수면에 어리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이른바 '진두어화' 라고 한다. 수영팔경 중의 하나이고 지금은 전기 불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횃불이나 등불을 사용했다고 한다.(진두란 말은 배를 타고 건너다니는 나루를 뜻하고 어화는 고기잡이배들이 켜는 횃불이나 등불을 말한다고 함. 수영강변은 부유물이 많아 고기들이 많이 모여들어 고기배들이 많았는데 이 배들이 켜는 불빛들을 수영성 안에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웠다고 함)
광안리 어방 축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어촌의 민속을 대표하는 축제 라 하여 2005년부터 연속 6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 축제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이 알려진 축제치고는 눈에 뛰는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수영성벽 쌓기, 민속놀이체험, 해양유물전시관, 닥종이 전시관등 부대행사장에는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썩 많지 않다. 그리고 어느 축제에서나 상투적으로 나타나는 상업성이 가미된 먹거리 장터나 특산물 판매코너들이 있어 축제의 모습이 진부해 보인다.
전통 어촌의 모습을 재현하기에 광안리는 너무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다. 그렇지만 어방 축제가 좀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전통이나 역사성을 살린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6-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