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모래, 그리고 사람들…
해운대 모래축제
- 내용
해운대 모래축제가 6월 4일에서 7일까지 4일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현충일이자 휴일인 지난 일요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으니 해수욕장은 온통 사람들과 모래뿐이었다. 먹거리 축제도 아니고 단순한 모래축제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니... 해수욕장 초입에서부터 모래축제의 위력에 놀랐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백사장을 힘들게 건너서 가장 보고 싶은 모래조각전부터 찾았다. 자금성, 에펠탑, 타지마할 묘, 자유의 여신상에서 만리장성까지 10여개의 모래조각 작품들이 백사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에펠탑.
타지마할 묘.네덜란드의 제론 아드보카트, 우리나라의 김길만, 최지훈, 정병일 씨 등 4명의 작가들이 만든 모래조각전은 정말 안보면 후회할 만큼 정교하고 멋있었다. 특히 만리장성과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을 조각한 정병일 씨의 작품은 길이가 거의 100미터 가까이 될 만큼 거대한 작품이었는데 보는 사람들 마다 놀라움을 표했다.
만리장성과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모래조각 작품들 앞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연신 붐비고 있었다. 모래축제가 끝나면 이 근사한 작품들이 아쉽게 허물어져 다시 원래의 모래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프로들의 모래조각전 맞은편에는 아마추어들의 모래조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대학생들, 고등학생들, 가족들, 동호인들끼리 모여서 자신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고로 발휘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삽으로 모래를 퍼고 물을 뿌려서 손끝으로 모래를 다듬으며 꼼꼼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대학생 팀들이 만든 인어공주는 프로들의 작품 못지않게 훌륭했다.
백사장의 또 다른 한편에는 높이 10미터 정도의 거대한 모래 산이 만들어져 있다.
모래 산꼭대기에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듯 모래보드를 타고 한순간에 모래 산을 내려온다. 아이들은 환호성, 부모는 사진 찰칵. 샌드보드 체험장의 모습이다.
모래와 자연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모래주제관에도 의외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우리나라 유명 해수욕장의 모래와 세계 각국의 유명 해수욕장의 모래들을 투명한 그릇에 담아서 서로 비교해 보도록 해놓았다. 무리를 지어 들어온 초등학생 몇 명이 모래를 만져보면서 수다스럽게 비교하는 모습이 제법 야무지다.
그 외에도 모래 속에서 보물찾기, 모래시계 만들기, 모래 그림 그리기, 모래주머니 넣기, 씨름 왕 선발전 등 모래를 소재로 하는 여러 가지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모래라는 단순한 자연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놀랍다.
휴일이고 날씨마저 무더워 해수욕장은 개장도 안했는데 벌써 한여름이다. 비키니 차림으로 선탠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 수영복 차림으로 백사장에 옹기종기 모여 담소하는 외국인들, 씨카약이나 서핑보드를 타고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 옷 입은 채로 풍덩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성질 급한 청소년들... 동남아에서 온 젊은 청년들 몇은 차마 바다 속으로 뛰어 들지는 못하고 부러운 듯 담소를 즐기고 있다.
6.25 전쟁 사진전.그리고 모래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색다른 전시회 하나가 백사장의 또 다른 한편에서 열리고 있었다. 호국보은의 달인 6월을 맞이하여 마련한 듯 보이는 6.25 전쟁 사진전이다. 어느 젊은 외국남성은 인천상륙작전을 아는지 "인천"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쟁의 참혹성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나이 드신 어른들은 전쟁의 경험담을 같이 온 친구들과 함께 주고받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첫 번째가 전쟁인 것 같다.
해운대 모래 축제는 올해로 6번째라고 한다. 모래라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면서 무척 독특하고 개성적인 축제라는 생각이 든다. 해운대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을 아주 잘 활용한 축제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다와 모래 속에서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욕심과 욕망이 배재된 완전한 자유 같은 것을 조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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