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미술에서 체험하는 미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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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열리는 부산의 국제미술전람회인 부산 비엔날레가 9월11일부터 11월20일까지 71일간 긴 여정에 들어갔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지난 토요일 시립미술관을 찾아가 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층들이 많았지만 이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들도 많았다.
올해 부산 비엔날레의 주제는 '진화속의 삶'인데 여기서 진화는 생물학적인 진화뿐만 아니라 지적인 진화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진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23개국 72명의 작가들이 만든 158점의 작품들이 부산시립미술관, 요트경기장,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서 분산 전시되고 있다.
티켓을 구매하고 2층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자독벤 데이비드의 '진화와 이론' 이란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제와 어울리게 인간의 진화 과정과 문명의 진화 과정을 얇은 알루미늄과 모래를 소재로 해서 자세하게 표현해 놓았다. 유인원, 네안데르탈 인,호모사피엔스 등 진화 과정을 겪고 있는 인간과 망원경, 현미경, 레코드 영사기 등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설치되어 있는 대작이다.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얇은 평면인데 보기에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부산 비엔날레는 회화형식의 작품 보다는 설치나 영상, 입체형태의 작품들이 월등히 많은 것 같다. 검은 커튼을 쳐놓은 암실에 들어가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관람자들이 체험해 보도록 설치해 놓았는데 암실 속에 인간의 두개골을 설치해 놓고 그 위에 보석같은 빤짝임을 표현해 놓은 '인간과 우주의 대화' 라는 작품이나 일본인 코노이케 토모크의 '지구아기' 같은 작품은 섬뜩한 느낌마져 준다. 이제 미술도 보는 미술에서 체험하는 미술로 진화하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재료로 작품을 만든 것도 있다. 수백년 된 말벌집을 압축해서 만든 '집'이란 작품과 빅토리아 시대의 이불장을 캔버스로 한 '다 같은 것은 같다' '온화하고 지속적인' 작품들이 그것들이다. 해설가의 설명으로는 과거와 현재의 교감을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직접 티벳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그려놓은 '히말라야'라는 작품, 암에 걸린 여든 살의 노작가가 자신의 체온을 구리에 담아놓은 '체온' 이라는 작품 등은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치열한 정신이 엿보여 감동적이기도 했다.
청명한 가을날 여유 있게 시간을 내서 느린 걸음으로 부산 비엔날레를 한번 돌아보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잔잔한 충격과 함께 세계에 대한 기존의 안목이나 의식을 좀 변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9-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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