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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부산세계불꽃축제, 숨 막혔던 50분

[부비리포터의 글] 부산세계불꽃축제를 다녀와서…

내용

지난 23일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부산세계불꽃축제에 다녀왔습니다. 2005년 첫 해 불꽃축제를 본 이후 4년간 펑펑 소리만 감질나게 들어야 했던 터라, 기대가 컸지요.

2005년에 비해 훨씬 커진 규모에 어느 해보다 웅장하고 화려한 불꽃을 터뜨린다니 , 딴에는 캔 맥주라도 하나 들고 가을밤 멋진 정취를 맘껏 즐기기라 마음 먹었더랬습니다. 근데, 토요일 오후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니, 부산세계불꽃축제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예견하지 못한 무지함이 화근이었습니다.

불꽃축제가 열린 광안리까지 참 가기 힘들더군요. 집이 촌구석(?)인지라, 차를 타고 도시철도역까지 와야 했는데, 그 길이 장장 두 시간이나 걸리더군요. 5시쯤 집에서 출발을 하니, 도로는 이미 마비 상태. 시청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늦었다’는 직감이 들더군요.

캔 맥주 마시며 불꽃 감상 '헛꿈'

백사장에서 여유롭게 불꽃을 감상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면서도, 해변도로 언저리에서 불꽃축제 맛이라도 보자는 생각에 도시철도를 탔습니다. 도시철도는 의외로 한산. 30분 만에 광안역에 도착했지요. 광안역에서 시위대 같은 행렬에 섞여 광안리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음을 고쳐먹고, 인근 식당으로 가서 TV로 친절한 해설을 들으며 축제를 감상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꾸역꾸역 밀려들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이 사람들도 다 들어가는데 설마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몸은 계곡 물에 휩쓸린 듯 어디론가 쓸려가고 있었습니다.

축제,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다른 말로 잔치가 벌어진 그 곳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광안리 해변도로 오른쪽 어딘가 였습니다. 내 몸이 인파에 휩쓸려가 근 1시간 동안 생지옥을 경험한 곳은. 서울의 ‘지옥철’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 옆 사람의 입은 내 코를 물을 뜯을 자세로 다가와 시큼한 맥주냄새를 풍기더군요. 고개를 돌리면 땀으로 화장이 범벅이 된 여성이 오만상일 찡그리며 죽겠다고 난리였습니다. 하늘엔 대형 불꽃이 펑펑, 축제의 시작을 알렸지요.

관람인파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

부산불꽃축제 가면 추워 떤다. 누가 그랬는지, 욕이 나왔습니다. 열 받은 체온이 사방에서 짓눌러오니, 온 몸은 땀으로 목욕을 시작했습니다. 외투를 벗고 싶었지만, 그런 공간을 기대한다는 건 사치였습니다. 겨우 시계를 보니 10분이 지났습니다. 하늘에선 ‘대통령 불꽃’이 펑하고 터지더군요.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한심하더군요.

사람이란 참 신기한 동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20분쯤 지나니 적응이 되더군요. 다리와 허리에 최대한 힘을 주고. 버티기 자세로 고개만 젖힌 채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을 감상했습니다. 잠깐, 아름답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평화(?)가 깨진 건 30분이 지날 무렵. 맥주를 마신 분들에게 급한 소식이 왔나 봅니다. 콩나물시루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그들의 필사적인 움직임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넘어집니다.” “애 깔립니다.” “길 없어요” “아, 아, 허리, 허리” 하는 소리가 아우성치더군요. 23개월 된 딸이 감기에 안 걸렸다면, 이 곳에 와 있을 걸 생각하니 소름이 쫙 돋더군요. 아까 도시철도 안에서 만난 갓난아기 부모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하늘에서는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지는 그랜드 피날레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유료화·관람인원 제한 등 검토해야

참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40분 동안 불꽃을 쐈다는데, 올해 늘어난 10분이 왜 그렇게 긴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밀리면 쓰러지겠다고 생각한 순간, 하늘에서 불꽃이 뚝 하고 그쳤습니다. 그러자 조여 오던 결박이 느슨해지며 50분간의 지옥체험은 끝이 났습니다. 참 다행스럽게도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성공적으로 마친 축제였습니다. 정말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광안리에는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모여 있습니다. 잠깐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도로에 있는 관람객들이 빠져 나간 후 안전하게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관람객들의 질서유지를 요청하는 방송이 계속 떠들어 댑니다. 그기에 대고 누군가 “내년에는 불꽃축제 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날 광안리에는 역대 최다, 120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축제의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고, 세계적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와 함께 50분간 축제를 감상(?)한 그들도 그렇게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이제 정말 캔 맥주라도 하나 들고 불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료화를 하든지 관람인원을 제한하든지 방법을 강구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시민의식’에만 계속 의존하다간,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절박함이 들었습니다.

작성자
정혜진/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0-10-2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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