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복동 먹자골목의 추억
- 내용
사전에서 ‘먹자골목’을 찾아보면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는 번화가의 뒷골목”이라고 되어 있다. 먹자골목이 부산에도 있다. 그게 바로 광복로 뒷골목에 있는 ‘세명약국 먹자골목’이다.
이곳에 형성된 먹자골목은 6.25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란이 터진 후 수많은 피난민들이 국제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을 상대로 근처에 살던 가난한 아낙네들이 간단한 노점을 차려 먹을거리를 팔았는데, 그 노점들이 굳어져서 먹자골목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먹자골목은 피난살이와 전쟁에 지친 고된 삶을 서로 위로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현재 먹자골목에는 약 40여개소의 노점에서 충무김밥과 순대, 잡채, 국수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한 50여년의 긴 세월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명소 이다. 요즈음도 광복동에 갈 일이 있으면 이 먹자골목을 꼭 둘러본다.
점심시간이면 일부러 그곳에 가서 충무김밥이나 우동으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먹는 점심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의 한 가운데로 줄지어 늘어선 노점들에는 선남선녀들이 작은 의자에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들 앞에는 충무김밥과 순대, 당면들이 가득 쌓여 있고, 넉넉한 품새를 지닌 할머니들이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그 넉넉한 여유가 보기 좋아, 한쪽 모서리에 위치한 선한 얼굴의 할머니 앞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김밥에는 이쑤시개가 두 개 박혀 있고, 플라스틱 컵에는 따뜻한 육수가 담겨 있다.
충무김밥을 하나 찍어 입 안으로 집어넣으니 김밥의 심심한 맛이 느껴졌다. 곧 이어 양념된 오징어를 먹으니 김밥의 심심함은 곧 사라지고 알맞게 배합된 맛이 혀끝으로 묻어났다. 광복동에는 이 먹자골목 외에도 팥죽골목 뿐만 아니라 부평동 족발골목과 부평시장 안 통닭골목도 있어 어디를 가나 풍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전통과 추억의 명가인 이 먹자골목만한 곳이 없다. 그저 오래도록 부산의 명소인 먹자골목이 살아남아 서민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주었으면 좋겠다.
- 작성자
- 이상철/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04-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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