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습한 방에서 혈변 받아내며, 울고 웃었다”
방문간호사 김현주씨의 현장수기
- 내용
단 한 개의 가능성만 남아 있는 절망의 상황이 사실은 희망이 잉태되는 때-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결국 살아가게 하는 힘은 구하면 얻고, 찾으면 찾게 되고, 두드리면 열린다는 간절함이 아닐런지요. 참된 정이나 마음은 지역사회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기적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복지관에 방문진료 중인 김현주씨.맞춤형 방문간호사로서 일을 하는 동안 몸이나 마음의 고통..때로는 홀로 괴로워하며 아픔과 근심의 눈물을 삼켜야만 하는 대상자를 위해 따뜻한 동지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한시적인 도움이였지만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마다 자신에게는 큰 위안과 격려가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서 함께 나아간다는 걸 그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면서 그 의미들을 새삼 마음에 간직하게 됩니다.
공00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서 암 환자 고 위험 가족으로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방문 시 그 분의 생활상은 놀라울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월세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보증금이 있었지만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계속 월세 대신 차감되어 보증금은 없는 상태로 월 10만원 주고 있었습니다. 천장은 무너질 정도로 낡아 있었고, 곰팡이가 가득해서 어둡고 습한 방 안은 너무 열악하였습니다.
작년부터 간헐적으로 혈변증세가 있었으나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대한 부작용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내시다가 금년 2월 경 보건소에서 건강검진 하라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 00병원에서 대장내시경 한 결과 대장암 진단받고 큰 병원으로 의뢰되어 곧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10일에 한 회 씩 총 6차례 항암치료를 하고 계셨습니다. 계속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치료하고는 있었지만 간병해 줄 수 있는 가족도 없고(미혼) 글을 전혀 읽지 못했기 때문에 질병관리에 대한 지식이나 지지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독거로 가족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는 없었으나 경제적 문제로 힘들어 하셨습니다.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빚이 늘어간다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거의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해서 신경안정제도 복용 중이셨지요. 얘기를 하시면서 그간 마음이 힘드셨는지 말씀을 잇지 못하고 한참 우셨습니다.
공00씨와 면담을 하는 내내 저 역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아픈 일을 참 많이 경험합니다. 그러나 아픔을 견디어 내는 힘은 아픔을 경험할수록 강해지게 마련이겠죠. 비록 삶이나 세상이 슬프게 할지라도 냉소적인 시선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나쁜 마음보다는 착한 마음으로..무엇보다 착한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지혜로움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담 후 집중관리군으로 선정하여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기 위해 중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연계기관의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공00씨의 상황을 지역 내 기관에 알렸습니다. 동사무소 의뢰해서 의료비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구청에서는 불결했던 천정과 벽지를 걷어내고 새롭게 도배를 해 주셨고요. 노인복지관에서는 건강악화로 세탁하지 못했던 옷들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허나 안타깝게도 사회복지 법인 [다정한 사람들] 의료비 지원 대상에는 탈락되었습니다. 글을 몰랐던 공00씨는 여러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더군요. 대신 보건소 암 치료비지원 사업 자원을 활용하여 암 치료비지원은 받게 되었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배변 시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나 규칙적인 투약 및 규칙적으로 배변습관을 이행하였고, 매 방문 시 영양 교육을 통해서 증세도 점점 호전 되었습니다.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음이 감사하였습니다. 제가 방문간호사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서로를 잡아 주고 일으켜 세워 주는 것, 각각 다르면서도 서로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존재, 그것이 인연이겠죠. 이번 사례를 통해 가장 보람이 있었던 점은 그녀가 진심으로 어려워하는 부분-글을 몰라서 자신에게 온 편지도 읽을 수 없었던-을 미약하게나마 도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첫 만남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뵈었을 때 그녀의 표정은 한결 밝고 환해졌습니다. 비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그 어디에서든 음지에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방문간호사들이 순결한 빛을 품고 가길 소망해봅니다. 삶이 사랑으로 채워지는 그날까지... /언 . 제 . 까 . 지 . 나 .
- 작성자
- 김현주/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05-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