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으로 가본 월내포구
다이내믹한 도시 부산에서 슬로우시티를 찾다…
- 내용
같은 교통수단이라도 도시철도와 기차는 느낌이 다르다. 또 같은 기차라도 초고속 KTX와 덜컹덜컹 흔들리며 달리는 일반 열차와도 그 맛이 다르다.
해운대역에서 12시 10분발 월내행 기차표를 끊었다. 요금은 2500원. 기차여행을 하기에는 어쩐지 너무 약소한 요금이다. 개찰구로 들어가니 녹이 슨 듯한 두줄의 평행선이 쭉 뻗어있다. 공연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희한한 대상물이다.
기차에 오르니 예전에 탔던 그 기차가 아니다. 땟국물이 쪼르르 흐르는 커텐, 짙은 녹색의 벨벳시트. 그래서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떠오르는 그런 기차가 아니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휴게실까지 갖춘 세련된 기차였다.
해운대역을 출발한지 5분도 안되어 미포, 청사포, 송정을 잇는 해안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바다와 하늘의 구별조차 모호한 푸른 빛의 절경이 과히 일품이다.
송정역과 좌천역을 지나니 곧바로 월내역이다(일광역은 없어졌음). 해운대역에서 출발한지 삼십분 정도의 짧은 여행이지만 그래도 여행 기분은 든다.
월내 역사를 빠져나오니 '은하수 다방' 이라는 역전 다방이 눈길을 끈다. 열려진 문틈으로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벽면에 비키니 차림의 여자 사진이 담긴 달력이 걸려있다. 잠시 시간이 6,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거리로 접어드니 월내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2일과 7일은 월내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그런데 장터가 어째 조용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월내 오일장은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포구에 들어서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 파장했다고 한다. 기차여행도 하고 싱싱한 수산물도 좀 살까 했더니 그만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별수 없이 월내포구나 한바퀴 돌아보았다. 흰 등대와 붉은 등대 사이로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고, 어부들 몇이 그물에 걸린 해초들을 물로 씻어내고 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이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적한 마을이다. 자세히 보니 금은방, 마트, 치킨집, 꽃집, 정육점 등 있을건 그런대로 다 있어 보이는데 도무지 볼만한 게 없어보이는 곳이다. 그럼에도 그 모습이 어쩐지 우리가 지나왔던 6,70년대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이내믹한 도시 부산에서 슬로우시티를 찾는다면 월내 같은 고장은 아닐런지....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07-1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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