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 듯 살짝 다녀오세요
79년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법기수원지를 다녀와서…
- 내용
지난 여름 79년만에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된 법기수원지가 지금쯤 단풍으로 물들어 있을 것 같아 한번 찾아가 보았다.
도시철도 1호선의 범어사역에서 1, 1-1번의 마을버스를 타고 20여분 정도 가다보니 종점이 바로 법기수원지다. 관리인이 음식물 반입은 안된다고 하기에 음식물은 안들고 왔다고 하니 입장이 가능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57년 된 낙뢰고사목이다. 1980년 7월 21일 벼락을 맞았는데 뽑아내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조금 걸어가니 담쟁이덩굴이 뒤덮힌 담벼락이 나타났다. 그 뒤로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과연 길게 이어진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올라서자 법기수원지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온다. 잔잔한 수원지의 물이 그림처럼 맑고 푸르다.
행정구역상 법기수원지는 부산이 아니고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법기리 340번지다. 1927년에 착공해서 1932년에 준공된 흙댐으로 선두구동, 청룡동, 남산동 일대 7천여 가구의 식수로 공급된다고 한다.
수원지를 배경으로 한 산은 아직 단풍이 짙게 물들지는 않았다. 11월 중순이 되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그곳에는 웬만한 나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의 고목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부분 90년 이상 그곳에서 자란 나무들이라 한다. 고목과 수원지의 푸른 물빛에 반한 사람들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한다.
계단을 내려와 왼편으로 돌아가니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른이 팔을 벌려보니 두바퀴를 돌고도 남는 정도의 굵기다. 나무 하나하나가 거의 백년 가까운 세월을 안고서도 아무말 없이 묵묵히 서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경외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번만 둘러보고 나오기에는 수원지 풍광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두어번 산책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수원지 밖에는 잠시 쉬어갈 원두막도 있고 옛날식 슈퍼인 ‘점방’도 있다.
누군가 산에 갈때는 ‘안간 듯 살짝 다녀오라’ 하기에 나도 수원지의 나뭇잎 하나 건드리지 않고 나비처럼 살짝 다녀왔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11-0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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