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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골목과 계단, 추억이 있는 마을

내용

예전에 어느 외국인이 밤에 부산항에 도착하자 부산에 고층빌딩이 많은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고층빌딩들이 산동네의 판자집이란 것을 알고는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외국인이 두번이나 놀랐다는 이 이야기는 부산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 중의 하나다. 그러나 사실 우스개 이야기라고 하기 보다는 피난시절의 애환과 고달픔이 담겨있는 시대적 이야기다.

부산에는 피난시절 형성된 산동네가 많다. 이곳에 버스가 다니기 위해 만든 도로가 바로 산복도로다. 이 산복도로 마을이 요즘 부산의 볼거리로 변신하고 있다고 해서 한번 찾아가 보았다.

목적지는 수정동 산복도로 마을. 부산진역에서 중구청 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도로변 사이사이로 오래된 골목과 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풍경들 이다. 아무 골목이나 들어서서 무작정 걸어 보았더니 큰길이 나타났다. 마치 미로처럼 얽혀있는 길인데도 막히지 않는다는게 신기했다.

그 골목길에는 어김없이 계단들이 있다. 난간이 세워진 넓은 계단도 있고 한사람 정도 다닐 정도의 좁은 계단도 있다. 긴 시간 사람들의 밟음으로 인해 까맣게 절여있는 계단의 모서리들이 닳아 있는 것을 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목적 없이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 계단에도, 어느 집 옥상의 물탱크에도 꽃그림 이 그려져 있다. 집 앞에 주차장이 아니고 집 옥상이 주차장인 곳도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목소리만 들려오는 곳도 있다.

처음에는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한참을 다니다 보니 이런 골목길이야말로 아이들이 놀기에는 얼마나 환상적인 공간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6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놀았던 숨박꼭질, 말타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살구받기, 씨차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등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였던가를....

그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어느 골목길에서 여자아이 세명이 재잘거리며 나타났다. 낡고 오래된 골목길에서 밝고 환한 아이들을 만나니 어쩐지 생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갑기도 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것만이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것은 아니다. 오래되어서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어떤 모습들을 실제로 보게될 때의 즐거움도 크다. 수정동 산복도로 투어가 내게 그런 즐거움을 잠시 준 것 같다.

작성자
정헌숙/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1-11-1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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