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한 해를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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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누구나 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며 송구영신 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나도 동짓날 불공도 드릴 겸 범어사를 찾았다. 겨울 산사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한해를 돌아보기에는 적합한 곳이었다.
범어사는 부산의 대표적인 사찰이며,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의 3대 사찰 이기도 하다. 범어사의 ‘梵魚’ 라는 말은 ‘하늘나라의 고기’를 뜻한다고 한다.
날씨는 추웠지만 오히려 그 추위가 머리 속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산등성이를 돌아서 범어사로 올라가는 길은 사실 차를 타고 올라가기에는 아까운 길이다. 날씨만 좋다면 쉬엄쉬엄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 길가의 나무들도 푸른 잎새를 다 떨구고 빈 몸으로 서 있다. 마치 이렇게 비워야 내년에 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사찰 입구에서 일주문으로 올라가는 길도 좋다. 울퉁불퉁한 돌을 밟으며 올라가다 보면 길끝에 일주문이 서 있다. 일주문 다음에는 천왕문인데 작년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아직도 공사 중이다. 옆으로 돌아서 공양간으로 향했다. 팥죽 한 그릇과 청정 동치미 한 그릇을 먹고 있는데 앞에 앉은 할머니가 빈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또 나이 한살 먹었다” 라며 빙그레 말을 건넨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샛길도 멋있다. 대나무 숲 사이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고, 어디선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향냄새가 풍겨온다.
감나무에는 까마귀밥으로 남겨놓은 감들이 빨갛게 익어있다. 대웅전 법당안에는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웅전 오른쪽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 이곳에도 절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웅전 왼쪽에는 나한전, 독상전, 팔상전이 있다. 1905년 학암스님이 세 법당을 한지붕 아래 모아서 중건했다고 한다. 가운데 독상전의 문은 아치형으로 되어있고 단청 색깔이 아름다워 보인다.
공양간 아래에 있는 7층 석탑과 성보박물관을 들러보고 다시 일주문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올 한해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별로 없었던 평탄한 해였던 것 같다.
내년은 상상의 동물인 용의 해이니 좀더 힘차게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12-2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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