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언덕에는 비밀의 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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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 풀린 것 같아 달맞이 언덕으로 산책을 나가 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과 차량들로 많이 북적거렸다.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 하나를 앞세우고 산책에 나선 일가족, 친구, 연인끼리 어울려 바람 쐬러 나온 젊은이들, 거기에 꽃으로 치장한 신혼여행 자동차까지 달맞이 언덕을 메우고 있었다.
달맞이 언덕은 예전의 달맞이 언덕이 아니었다. 데크로 만들어진 입구는 마치 비밀의 문이라도 되는 듯 비밀의 길들을 감추고 있었다.
한층 넓어진 달맞이언덕의 입구부터 걸어본다.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푸른 바다가 햇살에 보석처럼 빤짝거려 눈을 뜰 수가 없다. 부산 해운대가 아니면 어디 가서 이 풍경을 볼 수 있으랴.
길을 따라 올라가니 문탠로드 입구가 나온다. 일부의 사람들은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 길은 비밀의 길이다.
조금 더 오르니 호젓한 벤치에 젊은 부부가 앉아 집에서 준비해 온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신다. 풍겨오는 냄새로 보아 향긋한 유자차인것 같다. 사람은 어딜 가도 준비성이 있어야 하는데..
해월정 담길을 올라가니 해월정 앞이 소란스럽다. 주말이라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기웃거려 보면서 길을 지나간다.
해월정을 지나니 테크가 쭉 연결되어 있다. 걸으면 창창한 소리가 들려오는게 상쾌하다. 그냥 직선의 길이 아니고 둥글게 둥글게 이어진 길이다. 둥근 곳에는 벤치가 하나씩 놓여있다. 벚꽃이 하얗게 흩날리는 4월. 저 벤치에 앉아 초저녁달이 떠오를 무렵 프러포즈 한다면 영화속의 장면 같지 않을까....
곧이어 어울마당이 나온다. 붉은 등대와 흰 등대, 그리고 눈시린 푸른 청사포 바다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어울마당에서 또 하나의 비밀의 길이 시작된다.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고 숨어 있는 길이기에 자동차를 타고는 결코 볼 수 없는 길이다. 고불고불하고 부드러우면서 순한 수채화 같은 길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송정으로 넘어가는 해송교가 나온다. 해송교는 인도가 없어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다. 주위를 살피니 또 하나의 비밀의 길이 보인다. 청사포로 빠지는 길이다. 나도 몰랐던 비밀의 길이다.
달맞이 언덕에서 송정까지의 길은 15번 굽어졌다고 해서 ‘십오굽이 길’ 이라 부른다. 이 길이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2012년 ‘우리마을 녹색길’에 선정되었다. 올 안으로 송정까지의 길이 완결된다고 한다. 달맞이 언덕에 올라 길을 걷다보니 길도 예술이라 말하고 싶어진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2-02-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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