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꼬방, 밀다원, 국민학교 보셨어요?
- 내용
서구 부민동에 가면(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토성동 역에 내리면 된다) 임시수도기념관이 있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부산에 임시정부가 세워진 1950년 8월18일부터 1953년 8월 15일까지 이승만 대통령의 사저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이곳 본관에는 당시 대통령의 집무모습과 내실, 응접실, 부엌, 화장실 등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대통령의 사저였다고는 하지만 지금 우리의 아파트 문화와 비교하면 많이 검소해 보인다.
본관 뒷쪽에 또 하나의 전시관이 있다. 작년 9월에 개관했는데 이곳에는 6.25 당시 피난민들의 삶의 모습들이 재현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판자집이다. 나무 판자나 나무 토막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아주 작은 집이다. 60년대에도 부산에는 이러한 집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때 어른들은 판자집이란 말 대신에 '하꼬방' 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었다. '꼬방동네' 란 말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관람객 중 누군가가 이런 곳에서도 대여섯명의 식구들이 살았다고 하니 삼십대 초반의 남자 관람객은 깜짝 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또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밀다원' 이란 다방도 재현되어 있다. 소설 속에서는 테이블이 스무개 정도 되고 드럼통의 난로와 상록수가 한그루 있다고 묘사되어 있는데 이곳은 실물보다는 작은 것 같다. 당시 부산으로 피난온 예술가들은 오갈데가 없어 이곳으로 왕왕거리는 벌떼들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다방 입구에는 황순원의 '학' 과 안수길의 '제삼인간형' 이란 소설집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우는 '국민학교'도 재현되어 있다. 반공독본이란 교과서가 인상적이고 주판과 잉크병 통지표가 잊었던 옛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그 외에도 피난민들이 냉면 대신 만들어 팔았다는 밀면집, 대한도기에서 만든 도자기,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에서 만든 정종, 예전에 통용되던 지폐,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같은 영화 포스트도 전시되어 있다.
가끔씩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나태해질 때 이곳과 중앙동의 40계단 문화관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그럼에도 그 속에서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 지금처럼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 때문이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01-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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