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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마지막 남은 빵조각을 건네주는 사람들

노숙인을 위한 나눔의 현장 탐방기

내용

역전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지난 설명절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오갔다. 하지만, 부산의 노숙인들에게 명절은 찬 겨울바람만큼이나 힘들고 외롭지 않았을까 한다. 이들에게 작은 나눔의 손길의 현장인 부산진역 노숙인을 위한 섬김의 자리를 가보았다.

오늘따라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려 입속에서 내뿜는 하얀 입김이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줄의 김밥과 한 개의 컵라면이지만, 이들에게는 따뜻한 사랑이다. 무료급식연합회에서 마련한 노천천막이 있어 그래도 빗방울을 피해갈 수 있다. 그 아래 앉은 210여명의 얼굴 없는 사람들. 노숙자. 누군들 이렇게 낮은 자리에 오고 싶었겠는가? 삶의 급격한 파도와 태풍에 휩쓸려 이름 없이 얼굴을 모자로 눌러쓰고 목도리와 마스크로 감고 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교회에서 이름 없이 1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소박한 사역이다. 처음에는 교회 봉사자 몇분이 사비를 틀어서 이 분들을 위한 나눔의 기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다양한 봉사자들이 함께 와서 이 일을 돕고 계시다. 한 분은 어르신재가요양 봉사를 하시는데 94세 되신 한 어르신을 찾아뵈니 감사를 표하며 ‘나도 남을 도와야 복을 받지 않겠느냐’며 5만원 2장을 봉사자에게 내어 놓으셨단다. 그 돈으로 노숙인들을 위한 끼니 나눔에 기탁하셨다고 한다.

한 봉사자는 몸에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해 암 발병의 위험이 있음에도 나와서 봉사를 하셨다. 또 어떤 분은 백내장수술을 받고서 눈이 불편한데도 와서 기꺼이 이들을 위해 라면봉지를 뜯고, ‘맛있게 드세요’인사하신다. 자원봉사자들 나름의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으시겠지만, 추운 날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위해 시간이며 물질이며 또 사랑을 내어 놓으셨다.

노숙인들 중에는 몸이 불편하여 차마 거동이 힘들어, 따로 그분들을 위한 식사를 챙겨드린다. 다들 추운 인생의 시간을 맞고 계시지만, 나름대로 질서를 지켜 라면과 김밥을 받아 자리에 앉으신다.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등지를 전전하며 생존하여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한 글 <죽음의 수용소>를 적은 빅터 프랭클 박사가 있다. 그는 사람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틈바구니에서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마지막 남은 빵조각을 건네주는 것을 보았다고 기록한다. 그는 모든 시련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기 까지 삶의 의미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는 견해와 싸워야 한다고 했으며 ‘알고 보면 모든 상황은 의미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제 코가 석자’라고 누구나 힘든 일을 당하면 자신의 삶의 문제로 인해 자기연민에 빠져 주위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기 십상이다. 하지만, 불행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은 주변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원봉사의 자리는 그렇게 추운날씨를 따뜻하게 하고 기쁜 웃음으로 서로를 웃음짓게한다.

작성자
김광영/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3-02-1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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