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
- 내용
“베트남 전선으로 가는 군인들이 군함의 갑판 위를 새까맣게 덮고 있었다. 그들은 꽃다발을 하나씩 목에 걸고 웃으며 부두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손을 젓고 있었다.”
위 글은 김승옥의 '야행' 이란 소설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60년대 쯤 극장에서 상영되던 대한뉴스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 그 배경이 바로 부산항 제 3 부두이다.
나에게도 이 기억은 좀 살아있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인솔 하에 우리는 제 3부두로 나갔다. 맹호부대인지, 청룡부대인지, 비둘기부대인지, 그리고 파월장병 환송식인지 ,환영식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부두에는 큰 군함이 한척 떠 있었다. 그 배의 갑판에는 군복 입은 군인들이 빽빽하게 나열해 있었다.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흰 이를 드러내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었다.
올해 현충일이 벌써 58주년이라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월남전 파병 에피소드가 들려온다. 생각해보면 60,70년대 우리사회의 최대 이슈는 바로 월남전 파병이었다. 그 이슈의 한가운데서 묵묵히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 한 곳이 바로 부산항이다. 겨우 스무살 남짓의 젊은 청춘들을 배워 태워 남의 나라 전쟁에 내보냈을 때 부산항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세월이 흘러 그때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떠났던 청춘들은 이제 실버세대가 되었고, 그 청춘들을 배에 태워 보냈던 부산항도 이제 옛 모습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북항의 어디쯤 파월장병의 기억 하나쯤은 남겨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06-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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