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국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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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삼한시대부터 5세기경까지 해운대구 장산을 중심으로 번성하던 장산국은 어떻게 해서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을까?
9월 5일부터 3일간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작오페라 '해운대'는 바로 이 장산국의 멸망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화로운 장산국에 이웃나라 신라가 침공하려고 한다. 신라는 군대가 강해서 장산국으로서는 벅찬 상대다. 가야와 동맹을 맺어 신라를 치고 싶지만 가야는 너무 멀리 있었다.
신라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박탄장군은 장산국 마지막 여왕인 고아진(장산국은 성이 고씨인 고씨할매가 시조다) 에게 항복할 것을 권한다. 나라가 멸망의 위기에 이르자 여왕은 죽을 결심을 한다. 이때 여왕을 홀로 사모하던 최윤후장군이 여왕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여왕은 행복했으나 슬펐다. 사랑보다는 그녀는 여왕이었기에 나라를 구하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최윤후장군은 그녀를 위해 신라 탈해왕과 싸운다. 그러나 역부족. 탈해왕이 최장군을 이기자 여왕에게 왕비가 되어달라고 요구한다. 여왕은 최장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하며 최장군을 살려달라고 한다. 탈해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에 여왕은 왕비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최장군을 만난다. 사랑하는 장군이 숨을 거두자 여왕도 그자리서 자결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 장산국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장산국에 대한 이야기는 동국여지승람에 겨우 두줄정도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 두줄의 글귀속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발굴해서 오페라로 만든 제작진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또 오페라의 내용이 통일신라 이전의 3-5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제작하는 저예산의 오페라이지만 전혀 궁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 다는 점이 좋았다.
오페라 공연이 처음이라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보러갔는데 모두들 감동스럽다며 수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누군가는 다음 기회에 가족들과 꼭 함께 보러와야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싼 레스트랑에서 식사한끼 하는 것 보다 오페라 한편 보는게 더 낫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나 역시 생각보다는 훌륭한 공연이란 생각을 하면서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오페라 보다는 부산의 지방색을 살린 오페라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봄 부산문회회관에서도 '동래성 붉은꽃' 이란 오페라가 공연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동래성 송상현 부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페라였다. 그러니까 오페라 '해운대' 는 부산을 소재로 하는 두번째 오페라인 셈이다.
이렇게 부산을 소재로 하는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된다면 그동안 오페라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부산시민들도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적 감각을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항에 건립될 오페라 하우스가 세금을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09-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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