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사의 동지팥죽 이야기
- 내용
부산에는 동지팥죽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찰이 하나 있다. 연제구 연산3동 금련산 자락에 위치한 마하사가 바로 그 사찰이다. '마하' 라는 말은 불교용어로 '휼륭함' 혹은 '위대함' 이란 뜻이라 한다.
마하사의 창건연대는 명확하지 않는데 신라 내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로 추측을 하고 있다. 범어사, 운수사, 선암사와 함께 신라시대 때 부산에서 창건된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로 알려져 있다.
마하사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오르니 동지불공을 마친 한 무리의 신도들이 내려온다.
코너를 돌아서니 이층으로 된 범종각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니 대웅전, 나한전, 지장전, 삼성각, 오층석탑 등이 둥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마하사의 동지팥죽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동짓날 마하사의 공양주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불씨가 죽어버렸다. 공양주는 허둥지둥 산길을 내려가 마을주민에게 불씨를 달라고 하자 마을 주민은 조금 전에 행자가 와서 불씨도 얻어가고 팥죽도 먹고 갔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찰에 행자가 없는데 웬 행자일까 이상하게 여기며 급히 사찰로 돌아와 보니 죽은 불씨가 활활 살아나 물이 끓고 있었다.
공양주가 팥죽을 끓여 나한전에 올리러 가니 16 나한 중의 한 나한의 입가에 팥죽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서야 공양주는 마을에 내려가 불씨를 얻어온 행자가 바로 나한이었음을 깨닫고 그 이후로 더욱 열심히 공덕을 쌓았다는 이야기다.
공양간을 책임지는 공양주가 불씨관리를 잘못했으니 크게 야단을 들을 일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나한이 신통력을 발휘해서 마을에 내려가 불씨를 얻어왔다는 이야기는 남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담겨져 있어 훈훈한 느낌을 준다.
또 동지팥죽을 얻어먹은 뒤 입가에 팥죽을 묻혀놓고도 모른척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한의 모습이 어쩐지 재미있고 장난스러워 해학적인 느낌도 준다.
대웅전과 5층 석탑과 벽화 등을 둘러보고 나한전으로 가보았다. 법당 양쪽으로 8명의 나한들이 앉아있다.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한, 인자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나이 많은 나한, 옆으로 눈을 돌린 채 혼자 재미있게 웃고 있는 나한, 시침을 딱 뗀 표정인데도 입가에 미소가 머물고 있는 나한 등 나한들의 모습과 자세가 제각각이다. 과연 이 16 나한 중에서 애타는 공양주를 위해 추운 동짓날 불씨를 얻어다 준 나한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마하사 가는 길은 배산역에서 시청쪽으로 가다보면 한독아파트가 있다. 그곳에서 봉수로 라는 골목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마하사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길에 자갈이 깔려있었고 마차가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또 계곡에는 물이 맑아 피래미들이 놀았고 밤에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릴만큼 깊은 산속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도로포장이 잘되어 있어 마을버스(2번) 가 마하사 입구까지 올라온다. 산을 내려오다 보니 연산동 일대가 환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저녁 무렵이면 범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그렇게 좋다고 하니 잘 가꾸기만 하면 아름다운 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12-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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