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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삶, 그리고 기억’ 시대의 만화경 정관박물관 가보다

내용

어린 시절 열병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어버린 헬렌 켈러. 그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는 이렇게 기록한다.

첫째 날 밤, 나는 하루 동안의 기억들로 머릿속이 가득차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겁니다.

앞을 볼 수 있게 된 둘째 날,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그 전율어린 기적을 바라보겠습니다. 태양이 잠든 대지를 깨우는 경건한 빛의 장관은 얼마나 경이로울까요.

나는 이날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일에 바치고 싶습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이라는 시대의 만화경을 들여다보고 싶은 바람이랄까요. 그 많은 것을 어떻게 하루 만에 보느냐? '박물관'을 찾을 생각입니다. 우리가 밝은 눈으로 한번쯤 꼭 찾아봐야할 곳이 바로 이 '박물관'임을 눈먼 그녀가 일깨워주고 있다.

올해 1월 26일 새가 날개를 펼친 듯 신도시를 품은 '정관박물관'이 개관했다. 동서남북을 600미터의 산이 둘러싼 지형이 거친 추위와 바람의 방패막이가 되고, 높은 산 아래 깊은 계곡이 생겨나 풍부한 수자원으로 삼국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흔적이 남아있다. 정관박물관을 둘러본 느낌은 무슨 역사박물관을 찾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엎고 내부의 새로운 공간구성과 입체적 전시로 인한 친근감, 드넓은 야외전시공원과 어린이 역사체험실 등 아이들과 나들이하러온 것 같았다.

오픈 현수막에 걸린 출토품이 기이해서, 도슨튼 해설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정관에서 출토된 집모양의 토기란다. 토기 모양이 집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이곳에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집이 건설하게 된 시작점이 저 집모양토기가 아니었을까?

상설전시실에서는 '소두방의 생활'과 '소두방의 기억' 2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소두방은 솥뚜껑이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정관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것은 바로 이 솥뚜껑을 덮은 산의 형태를 상징해서 생겨났다.

'소두방의 생활'은 무덤, 집, 음식, 생활, 신앙이라는 5개의 테마에 맞춰 파티션 되었다.

특히 주목해 본 것은 민간신앙의 장례식문화로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큰 새의 깃털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코너다. 유물무덤 앞 분묘를 샌드 애니매이션 기법으로 민간신앙을 묘사했다.

오랜 가뭄으로 마을의 농토에 곡식이 자라지 않고, 가축들과 사람들이 근심에 쌓였다. 다 함께 주민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마을촌장의 어머니가 앓으시다가 돌아가시는 고통의 소식을 당한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와서 장례를 치르고, 그 주검 곁에 큰 새 모양의 막대를 놓는다. 죽은 자의 영혼은 큰 새처럼 하늘로 올라가며 마을에 단비를 뿌려놓는다. 삼국시대 정관 사람들의 마을신앙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가뭄 고통 죽음 그 가운데 내려지는 비와 함께 곡식들은 자라고 사람들의 울음은 웃음으로 바뀌어 진다. 가뭄으로 고통 받는 마을에 어머니의 죽음은 더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이것이 마을에 새로운 활력과 생명의 비를 가져다  주는 물고가 된 것이다.

'소두방의 기억'에서는 정관신도시가 개발되며 고향을 등진 원주민들의 기억을 재생하며, 과거 정관의 풍모와 역사를 재구성해내고 있다. 정관신도시 개발로 가동마을 가마 1기, 무덤 18기, 집터 150곳, 창고 73곳, 저장구덩이 23기 등 4~5세기의 삼국시대 마을 모습을 볼 수 있는 유물과 유적이 대거 출토되어 박물관이 생겨났다.

야외전시장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고상창고'이다. 일반 창고와 달리 나무기둥을 세워서 지면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이유인즉 땅 가까이서 곡물이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지면과 공간을 띄워 곡물을 오랫동안 잘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나무기둥이 침식에 의해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기둥 밑에 홈을 파고, 밑받침도 대었다.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인간의 삶의 과정이 담겨진 시대의 만화경 '박물관'. 박물관 유적 유물 과거와의 대화는 현재를 새롭게 보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되는 지혜의 장이다. 밤의 한 경점 같은 인생, 잠시 보이다 쉬이 사라지는 안개 같은 인생에 대한 겸허함을 배우는 자리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세월을 아끼며 살아야 할지 되묻게 되는 자리다. '삶, 그리고 추억' 그 앞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작성자
김광영/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5-02-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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