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면 딱 떠오르는 공연작품,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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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어느 시인이 신문에 기고한 글이 생각난다. 그는 '대구하면 딱 떠오르는 공연작품이 없다'라고 말하며 그 이유는 대구시가 여러가지 무대공연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가능성 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시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떨까. 부산 하면 딱 떠오르는 공연작품이 있을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이유 역시 부산시도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가능성 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산에는 해마다 명맥을 이어가는 작은 공연 하나가 있기는 하다. 바로 동래읍성축제에서 열리는 동래성전투공연이다. 이 공연은 근사한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이 아니고 400년전 실제 임진왜란을 치룬 바로 그 현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올해도 나는 이 공연을 보러갔다. 부산에 살면서 동래성전투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친지 몇명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시민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연은 송상현부사가 동래에 부임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평화로운 동래성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났고 조총을 든 왜군이 쳐들어온다. 왜군은 싸우고 싶거든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길을 비켜달라고 한다. 이에 동래부사와 백성들은 동래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외친다. 전쟁은 시작되지만 동래성은 힘없이 무너지고 만다.
객석은 비탈진 경사면에 쪼그리고 앉아서 봐야할 정도로 불편하다. 관객은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하다. 물론 입장료도 없는 무료공연이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공연을 전문적으로 하는 배우가 아니고 동래주민들이라 한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싸구려공연은 아니다. 공연내내 사람과 사람사이로 감동이 전해진다. 자리를 뜨는 사람도 없고 시끄러운 잡담을 하는 사람도 없다. 모두들 소리죽여 공연에 몰두하고 있다.
이 정도의 감동을 줄 정도라면 부산사람들만 보기에는 아까운 공연이다.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를 둔 후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봐야할 공연 같다. 동래성전투는 임진왜란의 첫번째 전투이기도 하다. 아무런 준비없이 당한 전투인만큼 어느 지역보다도 백성들의 희생이 큰 전투다. 부산시에서는 이 동래성전투를 부산하면 딱 떠오르는 공연으로 키워보면 어떨까 싶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10-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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