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임산부석,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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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도시철도에는 임산부들을 위한 지정석이 있다. 그런데 이 지정석이 제대로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전 도시철도를 탔다가 한 임산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비교적 젊은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는데 임신 8개월쯤 되어 보였다. 보기에도 힘들게 보여 자신의 지정석인 임산부석을 찾아 앉아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임산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서서 갔다. 노인석에도 임산부가 앉을 수 있다는 표시가 보여 비어있는 노인석에 가서 앉으라고 눈짓을 했지만 그 임산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 내가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자 임산부는 극구 만류를 한다. 얼마후 내 옆자리가 비자 그때서야 그 임산부는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길래 작은 소리로 물어 보았다. 도시철도에는 임산부를 위한 지정석이 따로 있는데 그곳에 가서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하지 왜 힘들게 서서 가느냐고. 그러자 그 임산부는 나이든 어르신들이나 남자들이 앉아 있으면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아무리 임산부라 하더라도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노인석에 앉아 있는 것도 좀 어색하고 창피한 것 같아 힘들어도 그냥 서서 가는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 임산부들은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지정석 조차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부산의 도시철도는 차량 한칸마다 가운데 끝 양쪽 좌석에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놓고 임산부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자리는 임산부 이외에는 앉아서는 안되는 좌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뒤에 분홍색 스티커가 붙있어도 시민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그냥 무심코 앉아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휴대폰 보기에만 열중하다 보니 막상 임산부가 그 앞에 서있어도 알지 못한다. 한마디로 부산의 도시철도 임산부석은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기보다는 그냥 스티커만 붙여놓은 임산부석일뿐이다.
차라리 차량 하나에 임산부석을 모두 몰아서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되면 임산부들은 알아서 그 차량으로 모여들 것이고 같은 처지의 임산부들이 모여들면 자신의 지정석에 대한 권리의식도 좀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가끔씩 복잡한 퇴근 시간에 도시철도를 타보면 차량 안은 복잡해도 노인석은 텅텅 비어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노인석은 노인들 이외에는 앉을 수 없다는 시민의식이 뿌리박혀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임산부석도 임산부들 이외에는 아무나 앉을 수 없다는 시민의식이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6-01-1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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