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들이, 대룡마을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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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한복판. 밖은 쨍할 정도로 춥지만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을 보면 밖으로 나들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주 지인 몇명과 함께 기장의 대룡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기장은 용이 참 많은 고장이다. 대룡마을, 반룡마을, 기룡마을, 용소마을... 그 중에서 대룡마을은 농촌과 예술이 접목된 말하자면 농촌형 감천문화마을이다. 1999년부터 예술가들이 이곳에 비어있는 축사나 농가를 사들여 작업실로 만들면서 형성된 예술마을이라고 한다.
입구에 '대룡마을' 이라 적힌 큰바위가 대룡마을의 위치를 알려준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걸어가니 기와가 얹힌 돌담길로 단장된 마을이 나타나고, '청룡반송' 이란 이름의 소나무도 보이고, 옛날 방앗간을 개조한 참새방앗간도 보이고, 바위에 용의 머리를 조각한 조각품도 보이고, 흰색의 천사날개도 보인다. 농촌은 농촌이되 예술이 가미된 농촌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爺 爺 '(야야) 라고 적힌 운치있는 한옥 한채가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대룡마을 박물관을 겸한 셀프카페다. 농촌에서 사용하던 농기구와 활옷,족두리 등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야' 란 아버지를 높여부르는 옛말이라고 하는데 한자의 조합이 재미있다. 카페안에는 주인은 보이지 않고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시설들은 잘 갖춰져 있었다. 정해진 요금을 금고속에 넣고 차를 끓여 밖으로 나왔다. 옆에 붙은 노인정 툇마루에 환하고 따뜻한 햇살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차도 마시고, 대룡마을의 맑은 공기도 마시고, 따뜻한 햇살도 쪼이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니 편안하고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방과 마당의 중간지점인 툇마루.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한옥의 툇마루 미학이다.
다시 길을 걸어가니 통나무건축학교란 곳도 보이고, 나무가지로 만든 말모양의 조각품도 보이고, 농사가 끝난 무논에 외롭게 꽂혀 돌아가는 바람개비도 몇개 보이고,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음식점 같은 집도 보인다. 길은 비교적 얌전하고 편해서 산책하기에는 좋았지만 그위로는 개사육장이나 사슴농장들이 있어서 다시 되돌아 왔다.
일상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대룡마을은 겨울의 짧은 한나절을 이용해서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곳 같다. 빽빽한 산동네의 감천문화마을과는 좀 다른 자연친화적이면서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해서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아주 좋을 것 같다. 가는길은 승용차로 가면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면 되고, 버스로 가려면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명례가는 버스를 타고 기사아저씨에게 대룡마을에 내려달라고 말을 해야 내려준다고 한다. 대중교통편만 좀더 원활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룡마을 찾을 것 같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6-01-1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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