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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봉사의 뿌리에서 독립의 숨결까지 ‘부산진교회’와 ‘부산일신여학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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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단을 뒤로하고 골목 끝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부산 개항기와 근현대사의 흐름을 간직한 부산진교회다.

 

길가에는 그들의 봉사정신을 알리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그 옆에는 한 세기 전 사진 속 인물들이 마치 지금도 이 골목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동구 정관로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목은 단순한 거리 풍경을 넘어, 이 땅의 변화와 흔적을 조용히 품은 역사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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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교회는 1889년 부산에 도착한 호주 최초의 선교자인 헨리 데이비스 목사의 순직이 계기가 되어 1891년 파견된 5명의 선교사들이 부산진 지역 및 주민들과 처음으로 형식을 갖춘 예배를 드린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점차 교인이 늘어나 1894년 4월 호주 선교사의 어학 선생이었던 심상현과 2명의 여성이 부산에서 최초로 세례를 받았고, 1904년 처음 당회를 조직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교회 건물 뒤편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교회 사적비와 더불어 각종 기념패, 독립운동사적 벽화들이 연달아 이어진다. 단순히 종교시설의 기능을 넘어서, 이 교회는 개항 이후 이방 문화를 받아들인 현장이자 한국 근대사와 독립운동의 태동을 품은 공간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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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마찬가지로 붉은 벽돌이 눈에 띄는 부산일신여학교를 발견할 수 있다.


이 학교는 1905년 호주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부산·경남 지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 교육의 시도였고, 이는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들의 독립운동 참여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 건물은 고딕 양식을 바탕으로 한 붉은 벽돌 구조로, 현재는 시지정기념물 제55호로 보호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체인이 쳐져 있어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그 시절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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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와 교회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이곳이 단지 종교나 교육의 장소에 머물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기미독립선언서일신여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 기록, 민족대표 33인의 이름, 그리고 박재혁·최천택 선생의 의거 기록들이 한 줄 한 줄 새겨져 있다.


05 크게



박재혁 선생은 부산 동구 범일동 출신으로, 1920년 부산경찰서 폭파 의거를 성공시킨 의열단 최초의 활동가였다. 그의 의거는 이후 독립운동의 전환점을 마련했고,


최천택 선생은 좌천동 출생으로, 박재혁 선생의 활동을 도우며 부산에서 다시금 독립운동의 불씨를 지피고자 애쓴 인물이다. 그가 배포한 독립신문은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신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통해 다시금 민족적 결기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06 중간
 

붉은 벽돌 위에 흘러간 시간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단지 종교와 교육이 아닌 시대의 아픔과 치열했던 의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민중의 신념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의 벽과 골목, 건물 하나하나가 역사의 증인이다. 걷는 동안 우리는 무심히 흘려보냈던 이름들을 다시 기억하게 되고, 그들이 남긴 자국들을 따라 시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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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은 단순히 옛 교회가 있는 오래된 마을이 아니다. 독립과 봉사, 교육과 믿음, 여성의 권리와 희망의 씨앗이 동시에 움튼 자리다. 정공단에서 출발한 걸음이 이곳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아마 그러한 다층적인 기억과 가치가 이 언덕을 감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부산 동구 김동우

 


작성자
김동우
작성일자
2025-12-2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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