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동구 이곳저곳을 드나니는 걸 취미로 하고 있는 가운데 흥미를 끄는 또 하나의 장소가 있어서 방문했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다른 어떤 공간보다 '공원'을 애정하는데 마침 수정동 쪽에서 일을 보다가 이곳에 들리게 되었다. 위치는 수정동 713-2번지, 걸어서 오르기에는 조금 경사가 있는 탓에 아무래도 마음먹고 방문하게 되었지만 입구부터 내가 딱 좋아하는 자연경관이 들어서 있는 탓에 본격적으로 발길을 들이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위 사진만 보면 도시가 아닌 어디 산기슭이라도 방문한 듯 하지만 나무들 사이로 빌라가 엿보이는 이곳. 무려 3,500여평 규모의 수정산 가족체육공원 도입이다.

계단을 올라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탁 트인 공터가 반겨주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이 부지에 단순히 공터만 자리잡은 것이 아닌 여러 시설들이 갖추어져있었는데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실내체육관이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점에는 이미 문을 닫은 시간대인터라 내부까지 들어서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건데 아무래도 배트민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지 않을까 싶겠다.

그로부터 살짝 더 걸어가니 탁 트인 공간에 야외무대장이 보였다. 공간이 넓은만큼 이곳을 활용해 여러 행사를 하는 모양인데 찾아보니 작년에는 '제1회 찾아가는 FUN 놀이터'라는 행사를 성료해 400명의 참가자가 모여 여러 체험 활동과 놀이 프로그램을 즐기며 가족간의 화합을 다졌다거나 반려동물 문화축제를 진행하는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공원은 기존 웰빙 산책로와 초량 이바구길과 연결되어 있어 운동이나 산책 동선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좋겠다. 실제로 조깅하는 사람,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모임 준비하는 팀이 섞여있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운동할 곳이나 모일 곳을 분리하기보다 한 공원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배치한 느낌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있다. 풋살장을 비롯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 그리고 가벼운 트랙 같은 게 있어 그야말로 '체육공원'이라는 말에 걸맞는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중에서도 또 눈에 띄는 장소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지난 1월 새로 조성되었다고 하는 반려견 놀이터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에 맞춰, 그리고 비반려인과의 공존을 위해 추진했다는 이 장소.

중·소형견(체고 40cm 이하) 전용의 이곳은 브릿지 2개소를 포함한 놀이시설, 그늘막과 벤치, 배변봉투함, 반려견 공중화장실까지 갖춰져 있고, 항시 개방 형식이라 자율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동물 등록을 마친 반려견만 입장할 수 있고, 보호자 동반 및 입장 및 퇴장시에는 안전줄 착용이 필수라고 한다.



이외에도 위쪽으로 올라가면 '수정산꿈자람터'라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별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한 번 걸어올라가볼까 했는데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하며, 순환버스도 운행하고 있는 터라 굳이 걸어서 올라갈 필요는 없겠다.

다음 기회에 시간이 있으면 내가 직접 뛰놀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으로 대신 만족하기 위해서라도 발걸음을 한 번 옮겨봐야하겠다.

이곳을 직접 걸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같이 쓰는 법”을 고민한 흔적이다. 반려견과 보호자, 아이와 부모, 운동하러 온 사람과 산책하러 온 사람, 모임을 준비한 사람과 그냥 쉬고 싶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엇갈리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도록 기본 시설과 이용 규칙이 정리되어 있겠다.

정리하자면, 수정산 가족체육공원은 ‘운동+모임+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생활형 체육공원이고, 반려견 놀이터까지 더해지면서 공존과 자율 이용의 모델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필요한 것들이 정확히 들어가 있고, 이용자가 지켜야 할 선도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야외무대 일정이나 체육관 이용 가능 시간을 미리 확인해, 공원을 더 능동적으로 활용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