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래 숨은 시간의 통로, 좌천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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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한가운데에 동굴이 하나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쉬이 믿기 어렵겠지만 부산 동구 좌천동의 한 골목, 눈에 띄지 않는 바위틈 사이로 작은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좌천동굴'이라는 이름의 다소 이질적인 이 공간으로 한 번 들어가보자.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방공호로 추정된다고 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공습에 대비해 강제 동원된 인력에 의해 조성된 인공동굴인 이곳은 한때 일본 군대의 물자 소송, 그리고 민간인 대피처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후 이곳은 동굴집이라 이름으로 아구찜, 파전, 막걸리를 파는 주점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동굴 특유의 음습함 때문에 에어컨 없이도 동굴 안쪽에서 나오는 서늘한 공기가 시원해 여름에 인기가 많았고, 겨울에는 난로를 피우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2009년 도로개설사업으로 인해 폐쇄된 후 현재는 '부산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다시 일반에 공개된 상태다. 웬만한 성인이 허리를 곧게 뻗고 들어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낮은 층고를 자랑하는 이곳으로 들어가면 파란 조명이 벽을 타고 흐르고, 용 모양의 조형물과 형광 그림이 반짝인다.
무거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테마 전시관처럼 꾸며져 있어 비교적 가볍게 풀어낸 느낌이겠다.
안내판을 따라 걸으면 좌천동굴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마주하게 된다. 방공호였던 시절부터 주점이었던 시간, 그리고 지금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기까지. 어둡고 습했던 공간이 사람들의 기억과 손길로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이 꽤나 인상깊다.
생각보다 길지 않지만 들어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지금처럼 무더운 날엔 잠시 쉬어가기도 좋고, 부산의 숨은 공간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봐도 괜찮을 장소다.
운영시간 화~토 10:00 ~ 16:00 (공휴일 휴무)
- 작성자
- 김동우
- 작성일자
- 2025-06-0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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