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살다보면, 누구나 주인공 될 수 있어요"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 부산실버영상제 대상 4번 수상 `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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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니까. 영화 만드는 재미에 빠지게 되죠." 부산광역시가 주최하는 `부산실버영상제'는 `영화도시' 부산의 특성을 살려 어르신들의 활기찬 삶을 돕고 따뜻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매년 개최하는 아마추어 실버영화인들의 축제다. 지난해까지 14차례 개최됐으며, 올해 15회를 맞는다.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 부산실버영상제 조직위원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주관하는 `부산실버영상제'는 10분 가량의 영상과 짧은 스마트폰 영상, 사진 등을 공모,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여기에 어르신들이 출품하는 작품은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영상은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동까지 전하는 영화적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계절과 지역적 특성을 아름답게 담은 영상미와 편집기술까지 선보여 전문가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부산실버영상제'에서 대상을 4차례나 수상하며 영상 제작의 강자로 떠오른 어르신 단체가 있다. 바로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의 `실버영상반'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가치 있는 세월, 같이 있는 지금'을 슬로건으로 열린 `제14회 부산실버영상제'에서 `두 자매'로 대상을 받았다. 배우로 열연한 신금자·전우영 어르신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작품을 출품하지 않은 2022년을 제외하고 `부산실버영상제'에서 모두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에는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가 개최하는 51초 영화 공모제 `051 영화제'에서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2014·2015년에는 `부산실버영상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은 `부산실버영상제'에서 4차례나 대상을 수상했다(사진은 지난해 대상 수상 후 기념촬영 모습). 사진제공: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에서 주로 감독으로 활약한 장영숙 어르신은 "어느 한 사람이나 몇몇이 작품 제작을 주도하지 않고, 회원 모두가 함께 의논해 역할을 정하고 작품을 만들다 보니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좋은 배우들이 등장해 재밌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실버영상반' 회원 중에는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 주연이나 조연 같은 연기 배역이 정해진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매번 작품을 만들기 전 전체 모임을 통해 주제를 정하고, 스태프와 연기 배역을 분배한다고 밝혔다. 원칙은 회원 모두가 돌아가며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원하는 사람이 감독과 촬영감독, 시나리오 집필자도 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실버영상반'에서 대상과 주연상을 잇따라 수상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사람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 `전천후 영화인'이다.
그 결과 `실버영상반' 10여 명 회원들의 작품 제작 참여 열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품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이 시나리오 얼개를 짜오면, 각자가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를 보태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독특하고 기발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이 야외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메이킹 영상 한 장면.배역 역시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사를 읽어보고 제일 잘 어울리는 회원이 주인공을 맡는 식이다. 물론 이때까지 주인공을 맡지 않은 회원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면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에 물이 오른 배우가 등장한다는 것.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실버영상반'의 잇따른 수상 소식과 함께 자율적이고 공정한 참여 시스템, 회원 간 강한 응집력 등이 알려지면서, 영화·영상 제작에 진심인 실버영화인들이 이른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장 감독은 귀띔했다.
"우리는 대환영이죠. 영화 좋아하고 열정 있는 분들이 함께 좋은 작품 만들어보고 싶어 오시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그분들도 모든 회원들과 똑같은 기회를 가질 뿐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죠."
영상 제작이 열정만 갖고 할 수는 없는 일. 누군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솔직히 엄두를 내기 힘든 작업이다. 장 감독은 복지관의 적극적인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관장님과 직원들의 아낌 없는 지원 없이는 실버영상반이 지금처럼 될 수 없지요. 영상을 촬영할 카메라 장비며, 차량 운행, 심지어 촬영장 도시락까지 직접 배달해주셔서 저희들은 너무 편안하게 작품을 제작하죠. 복지관 예산이 뻔한데 그걸 쪼개 지원해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뜻있는 분들이 복지관에 후원을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장 감독은 연배가 비슷한 부산 실버들에게도 적극적인 삶을 당부했다.
"제가 1944년생인데요. 영상 만드는데 재미가 있으니까 몸도 아프지 않고 활기가 생겨요. 복지관에 나오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니까 이리저리 안부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구요. 나이 들었다고 가만히 계시지 말고 뭐든지 좋아하는 것, 재밌는 일에 부딪혀보세요. 부산 실버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25-01-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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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50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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