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순간, 예술로 붙잡다, 정안용의 연기〈煙氣〉 작품 세계
2024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 프로젝트 문화·예술 분야 선정_시각예술가 정안용
- 내용
정안용 작가.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정안용 작가는 찰나에 피어났다 사라지는 ‘연기(煙氣)'를 소재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부산의 지역 소멸 문제에 관심, 예술가적 시각에서 연기와 지역 소멸을 관련 지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청년 인재를 발굴해 세계적 인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 프로젝트' 문화·예술 부문에 선정돼 앞으로 더 다채로운 활동이 기대된다.
연기, 지역 소멸을 환기하다
정안용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연기'라는 소재다. 그의 작품은 형상을 가진 인물이나 동물, 화폐 등을 묘사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연기를 중첩시켜 만들어낸 이미지다. 검은 바탕 위에 자유롭게 피어나는 연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되며,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연기는 보이지만 잡히지 않고, 순간 생겨났다 사라진다는 점에서 저를 매료시킵니다. 천, 나무, 종이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를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쌓아 올려 형태를 만들어가며 작업합니다. 연기를 통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지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정 작가의 관심은 부산의 지역 소멸 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는 부산대와 장전동 일대의 급격한 변화를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작품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정 작가는 인구이동과 감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특히 인구 감소가 심각한 영도구, 서구 등 원도심을 선택했다. 촬영팀과 다양한 현장과 인터뷰를 담아 예술의 영역에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내려 시도 중이다.
오는 11월 말과 12월 준비 중인 두 차례의 개인전도 지역 소멸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그의 작품에서 연기는 시각적 소재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매개체가 된다.
연기를 소재로 한 정안용 작가의 작품들.
공모·SNS로 지역 한계 극복
지역 소멸의 위기감 속에서도 정안용 작가는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부산에서 예술 활동을 이어가며, 지역적 한계를 실감했지만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았다.
"부산에서는 예술 관련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주요 갤러리와 기획자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전시와 협업을 위해 서울로 향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SNS를 통한 홍보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공모전 출품과 같은 방법으로 예술가로서의 기회를 넓히고자 했다.
"공모전은 다양한 심사위원에게 제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떨어져도 피드백을 받으며 배워나갈 수 있지요. 저는 알고리즘에 공모가 뜰 정도로 다양한 공모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4번 정도 계속 지원한 끝에 당선된 공모도 있는데, 꾸준히 활동하며 매번 다른 작품을 제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정 작가는 지금까지 16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을 열었으며, 삼성·넥슨·포르쉐 등 글로벌기업과 협업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예술, 선한 영향력을 꿈꾸다
작품 활동이 늘어갈수록 정안용 작가는 ‘건강한 예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 특히 기장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면서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작업이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그 무게를 느낍니다. 연기라는 가벼운 소재를 다루면서 사회적으로는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지 작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번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의 지역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을 더 널리 알리고, 그의 메시지를 더욱 확산시킬 예정이다.
부산에서 예술가로서의 도전과 선한 영향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안용 작가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라지는 연기의 순간처럼, 정 작가는 찰나를 붙잡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미래가 더욱 깊어지고 다채로워질 것을 기대해 본다.
*정안용 작가 개인전
· 카린갤러리(달맞이언덕):11월 29일∼12월 29일
· 전시공간 영영(망미동): 12월 22일∼2025년 1월 3일
- 작성자
- 하나은
- 작성일자
- 2024-11-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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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418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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