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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313호 기획연재

오래된 마을의 새로운 꿈 꽃길 위에 누비다

06 _ 영도구 봉산마을 마실길

내용

조선 호황 누렸던 그곳  빈집에 예술인들 모여

주민소통 늘고 웃음꽃 펴 조용한 마을에 활기 넘쳐


14-3봉산마을

 카페 2층 창 너머로 부산항 풍경이 멋지다



부산에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사례라고 꼽는 마을이 몇 있다. 전국적인 명소가 돼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마을. 영도 봉래동 산복도로 마을인 ‘봉산마을’이다.

봉산마을은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위쪽에서 영도 산복도로 아래쪽 언덕배기에 형성된 마을이다. 한때 영도가 조선공업의 중심지였을 때 조선소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이 기거하던 삶의 터전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봉산
봉산마을의 역사는 짧지 않다. 일제강점기 한진중공업 부지에는 조선중공업을 비롯해 여러 조선 관련 산업체가 들어선다. 조선소 직원들이 생활할 거처가 필요했고, 직원들의 사택을 봉래산 자락 언덕에 집중적으로 건립한 것이 봉산마을의 시작이다.
2000년대 들어 조선산업의 퇴조와 마을의 슬럼화로 인해 빈집들이 늘어만 가는데, 한때 마을 400여 집 중 90여 집이 주인 없이 덩그러니 비었을 정도였다. 이를 안타까이 여기던 ‘봉산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들이 나서서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한다.

14-1

봉래동 산복도로 마을이라 이름 붙여진 봉산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봉산마을이 마주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빈집 줄게 살러 올래?
대표적인 것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우리 동네 살리기’, ‘빈집 줄게 살러 올래?’ 등의 프로젝트이다. 주민이 떠나 스러진 마을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 넣으며,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봉산마을 마실길’이 부산시 주최 ‘2022 골목길 관광 자원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마을 주민과 ‘봉산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상권 등이 힘을 합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객을 맞고 있다. 현재 마을 상권들은 대부분 ‘빈집 줄게 살러 올래’ 프로그램에 선정돼 입주한 창업자들로 게스트하우스와 나무 보트, 도자기, 꽃차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방, 독특한 매력의 카페, 독립 서점, 마을 점방 등을 운영한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산복도로 시영아파트 정류소에 내린다. 여기서부터 나팔꽃길과 오동꽃길을 중심으로 골목골목을 들여다본다. 골목을 조금 내려가자, 블루베리 농장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빈집을 허물고 블루베리를 심어 놓은 곳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까만 블루베리가 영글어 싱그러움을 더한다. 마을 방문객들을 위해 블루베리 수확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 아래로 잘 가꾸어 놓은 화단에는 알록달록한 제철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진다. 꽃밭을 배경으로 깨끗한 건물 두어 채. 봉산마을 가꾸기 운영 주체인 ‘베리베리굿 봉산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창문 사이로 바다 풍경이 예쁜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 예술 교육 공간 ‘보물섬 영도’
본격적인 골목이 시작되고 그 사이로 기존 주택을 유리집으로 리모델링한 나무 보트 공방을 만난다. 정원에는 나무 보트 한 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이 환히 보여 이색 구조이다. 소규모 보트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골목을 빠져나와 오동꽃길로 들어서면 전망 좋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공방 등이 보인다. 한 카페에서는 칵테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고, 공방에서는 도자기 공예를 체험할 수도 있다.
원 산복도로인 ‘하나길’에는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인 ‘보물섬 영도’와 ‘봉산마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등이 서 있다.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봉산마을 안내소이기도 한 ‘봉삼식당’도 있다. 커피를 앞에 둔 마을 아주머니들이 한창 수다 삼매경 중이다.


6천 원짜리 보리밥 한 그릇 꿀맛
외나무길로 접어든다. 그 길로 내려가면 유리창에 조그맣게 ‘보리밥’이란 글자가 수줍게 쓰여있는 집을 볼 수 있다. 일반 집 방 한 칸에 보리밥을 파는 공간을 만든 곳이다. 봉산마을 늙은 어머니들의 사랑방. 혼자 지내는 어머니들이 혼자 밥 먹기 귀찮으면 여기서 모여 보리밥 한 끼에 수다 한 그릇 펼쳐놓고 가는 곳이다. 할머니들과 보리밥 한 그릇 먹는다. 6천 원짜리 보리밥이 어찌 이리도 맛있고 정갈한지. 숭늉으로 입가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곧이어 새로운 골목에 아담한 게스트하우스 한 채가 등장하고, 또 한 골목을 다시 꺾어 들어선 길. 아~! 드디어 ‘사택 마을’이다. 좌우로 어깨를 겪은 집들이 도닥도닥 붙어서 한 길을 만들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분홍색 집들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이곳에는 꽃차, 약차 만들기 체험하는 ‘봉산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발아래 부산항을 내려다보며 땀을 식힌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로 들여다본 봉산마을. 오래된 마을과 오래된 주민, 새로운 마을과 새로운 주민,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 나가는 봉산마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한창 영도는 새로운 삶과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봉산마을도 그 중심에 서 있다. 골목골목 사철 아름답고 싱그러운 꽃들과 풀과 나무들이 피고 진다. 주민들의 웃음 또한 환한 꽃길처럼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골목길 이름들도 나팔꽃길, 오동꽃길, 산유화길, 봉숭아길 그야말로 길마다 꽃길이다. 그 길에 사는 그들의 삶 또한 오래도록 꽃길이길….


글·사진 최원준



 

작성자
이귀영
작성일자
2023-07-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31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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