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파 주이소∼"라고 했는데 왜 '대파'를 주시나요?!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⑨ 부산말의 독특한 사동형 표현
- 내용
컴퓨터그래픽·서상균
긴 머리를 뒤로 비틀어 동그랗게 묶은 머리를 `당고머리'라 한다. 여기서 '당고'는 '단자(團子)'의 일본 발음인 '단고'에서 변한 말이다. 원래 단자의 단(團)은 중국 한나라 시기 작게 찐 원에 소를 넣어 만든 떡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여기에 모자·상자 등의 물건을 뜻하는 '자(子)'가 붙어 '단자'가 됐다. '단자'의 일본식 발음인 '단고'는 우리말에서 다시 '당고'나 '당구'로 소리가 바뀌었다. 포항 특산 음식 중에 '꽁치당구국수'가 있는데, 여기서 '당구'는 바로 '단고'가 '당고'로 변하고 이것이 다시 '당구'로 바뀐 경우다. 이처럼 같은 단어라도 발음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단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말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데파다'이다. 부산 사람이 서울에 가서 음식이 식어 '데파 주세요'라고 했더니 서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고 '대파'를 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식은 음식을 따뜻하게 만들 때 서울 사람은 '데우다'를 쓰지만,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사람은 '뎁히다'를 쓰거나 '뜨사다' 또는 '따사다'를 쓴다. '뎁히다'는 '데피다'로 표기하기에 그 원래 형태를 알기 어렵지만, 사실은 '덥+히+다'로 구성된 말에서 소리만 변한 것이다. 즉, '덥다'는 말에 동사로 만드는 '히'를 붙여 덥게 만든다는 뜻으로 '덥히다'가 되고 이것이 첫음절을 입 앞쪽으로 옮기는 현상으로 '뎁히다'로 변한 것이다. 이 '뎁히다'는 'ㅂ'과 'ㅎ'이 줄어들어 '데피다'로 나타난다. 더러는 이것이 '데파다'로 나타나는데 이 역시 '데피다'에서 모음이 변한 것이다.
'뜨사다' 혹은 '따사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사다'도 '따뜻하다'의 부산말인 '따시다'에서 만들어진 말인데, '따시다'가 모음 'ㅣ'로 끝나기 때문에 동사를 만드는 '이'가 붙지 않고 '따시다'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모음이 바뀌어 '따사다' 혹은 '뜨사다'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데피다' 또는 '데파다'는 몸으로 느끼는 더운 느낌이라면 '뜨사다'와 '따사다'는 촉각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 둘은 구별된다. 그러나 음식을 먹었을 때 더운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인 '데파다'나 촉감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뜨사다'나 결론적으로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데파다'나 '뜨사다'를 같이 쓰는 것이다.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 작성자
- 지민겸
- 작성일자
- 2022-10-2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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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217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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