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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7호 기획연재

'잠온다'와 '졸려' 그리고 '자부럽다'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④ 잠의 다양한 표현

내용

우리나라 사람은 뜨거운 음식을 보양식으로 먹는다. 삼계탕, 장어탕 등 뜨거운 보양식은 겨울보다도 여름에 더 인기가 많다. 그러나 외국 사람에게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또 우리나라 사람은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서 동물성 고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는데, 영국 사람은 귀리와 같은 탄수화물을 원기 회복 음식으로 주로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의 관점으로는 늘 먹는 곡류를 보양식으로 먹는 영국 사람이 다르게 생각되고 소, 양 등을 주로 먹는 영국 사람은 동물성 단백질을 보양식으로 먹는 우리나라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그러나 평소에 섭취하는 음식과 다른 음식을 섭취해 몸의 균형을 맞추려는 보양의 형태로 이해하면 차이를 수긍할 수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늘 쓰고 있는 표현이 당연해 보이고 이와 다른 표현은 이상하게 보인다. 대표적인 표현이 서울 사람이 쓰는 `졸려'와 부산 사람이 쓰는 `잠 온다'이다. 부산 사람에게는 `졸려'라는 말이 애교를 떠는 듯이 들리거나 귀여운 척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 사람은 `잠 온다'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이고 잠이 어떻게 오느냐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오해는 부산말 `자불다, 자부럽다'와 `잠오다'의 관계와 서울말 `졸리다'의 관련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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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서상균 


사실 서울 사람도 `졸려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와 같이 말하고 부산 사람도 `자부러버 누벘는데 잠이 안 온데이'와 같이 말한다. 이 두 표현을 비교해 보면 둘 다 `잠 온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졸리다'와 `자부럽다'가 차이가 난다. 즉, 서울 사람은 자고 싶은 느낌이 올 때 `졸리다'로 사용하고 부산 사람은 `자부럽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이 두 단어는 옛말 `ᄌᆞ올다'에서 변한 단어로 어원이 같다. `ᄌᆞ올다'를 줄여 나타난 것이 서울말 `졸다'이고, `ᄌᆞ올다'를 줄이지 않고 `ㅂ'을 첨가하여 만들어진 것이 부산말 `자불다'이다. 부산말에서 `ㅂ'이 첨가되는 방식은 `짜다'가 `짭다', `차다'가 `찹다', `쓰다'가 `씁다' 등으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졸다와 자불다'는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이기에 이를 `자고 싶은 느낌'을 나타내는 단어로 만들 때 `졸다'는 `-리-'를 사용해 `졸리다'를 만들고 `자불다'는 `-업-'을 사용해 `자부럽다'를 만들었다. 이처럼 동일한 어원의 단어인데 지역별로 다르게 줄이거나 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다시 다른 형태의 요소를 넣어 전혀 다른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서는 `졸리다'와 `잠 오다', 부산에서는 `자부럽다'와 `잠 오다'로 쓰였다. 그러다가 부산 사람들이 `자부럽다'와 `잠 오다'를 구별하지 않고 `잠오다'라는 단어로 대신하자 `졸리다'와 `잠오다'가 대립하면서 서로 다른 단어로 인식하게 됐다. 물론 `자부럽다'를 아직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부산말에서 `자부럽다'와 `잠 오다'를 구별하지 않고 새로운 단어인 `잠오다'를 만들어 낸 것은 유사한 뜻의 단어를 어렵게 구별해서 쓰기보다는 단순하게 하나로 통일해서 쓰려는 효율성과 관련돼 있다. 


`졸리다'와 `잠 오다'를 구별하는 서울 사람들은 졸리는 것을 `잠오다'로 표현하는 부산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졸리다'를 `단단히 죄이다'로만 인식하는 부산 사람들은 `자부러운' 것을 `졸립다'로 표현하는 서울말을 귀여운 척하는 말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졸리다'와 `잠오다'는 둘 다 사람들의 편견처럼 귀엽게 말하거나 이상한 말이 아니다. 같은 뜻으로 쓰는 말을 다른 방법을 사용해 표현했을 뿐이다. 


이근열교수님사진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작성자
차세린
작성일자
2022-04-1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07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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