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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5호 기획연재

사투리일까 일본말일까?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③사투리

내용

울릉도 특산물 중에 호박엿이 있다. 많은 사람이 호박엿이 호박으로 만든 엿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호박엿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후박나무 껍질을 달여 만든 엿이었다. 약이 귀한 울릉도에서 후박나무 껍질을 달여 엿으로 만들어 놓고 소화불량, 복통, 구토, 설사, 기침 등이 있으면 먹었다고 한다. 이 후박엿이 육지 사람들에게 `호박엿'으로 들렸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특산물로 알려진 것이다. 


부산말(사투리) 중에도 원래 단어가 변화해 그 정체성을 오해하게 되는 단어가 많다. 부산 사람은 흐린 날을 보고 `날이 꾸무레하네'라는 말을 흔히 한다. 사전에는 단순히 `날이 흐리고 어두침침하다'고 풀이하고 있지만 이는 `흐리다'의 일본어 `쿠모루(くもる [曇る])'에서 변한 말일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요일 이름, 가마니, 철학 등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일본말의 흔적이 많이 있다. 일요일, 월요일 등의 요일 한자를 일본과 똑같이 사용하고 있고, `가마니' 역시 일본어 `가마스(かます)'에서 왔다. 이를 줄인 `가마'도 그렇다. 철학이라는 단어도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필로소피아'를 니시 아네마(西周)가 밝음을 바라는 학문인 희철학(希哲學)으로 옮기고 이를 줄여 `철학'으로 만든 것을 가져온 것이다.


 11면-부산말 삽화cw12

컴퓨터그래픽·서상균


일본 왜관과 일제 강점기 교육의 영향 때문에 부산말 중에도 일본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일본어는 모음 갯수가 적은데, 부산말 역시 모음이 적어 발음이 유사하게 들린다. 옛날 어른 중에 이야기꾼을 `고개이'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이 역시 `골계(滑稽,こっ-けい)'의 일본말이다. 


이외에도 사분(비누), 다비(양말), 게(털실)바지, 가라(가짜), 가이당(계단), 개시[消]고무(지우개), 고대기(인두), 고바이(비탈), 무끼(적임자), 기꾸(기별), 가꾸(액자, 상자), 단수(장롱), 주리(거스름돈), 수굼포(삽), 오함마(큰망치), 땟마(전마선), 다시(우린물), 삼마(꽁치), 푼빠이(분배) 등 많은 단어가 일본말이거나 일본말에서 변화된 말이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란 넷플릭스 드라마와 관련해 동맹, 친구라는 뜻으로 `깐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말에서 왔다. 부산에서 놀이를 하다보면 `가부시키'라는 말을 종종하곤 했다. 이것은 일본말로 공동으로 출자한다는 의미의 `가부시키(かぶしき, 株式)'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선 나눠 내는 것을 뜻하는 말로 변해 `우리 가부맺자'처럼 쓰였다. 이 가부는 아이들이 발음을 쉽게 하기위해 `까부, 깐부'로 변하고 이것이 나중에 `깜보, 깐부'로 바뀐 것이다. 아이들 놀이에 일본말이 남아 있는 이유는 일본이 만든 학교에서 시작된 말이 많기 때문이다. 공을 주먹으로 치며 놀던 `찜볼'은 `공을 가볍게 치다'라는 영어 `팁(tip)'의 일본식 발음 `치푸'에서 변형된 말이다. 이 `치푸'가 `찌뿌'로 바뀌고 다시 `찜부'로 바뀐 것이다. 이 말에 볼을 보태서 `찜볼' 혹은 `찜뽕'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와서 호박엿을 후박엿으로 바꿀 순 없지만 사투리로 알려진 단어의 정체성을 알아둬야 지적인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근열교수님사진
이근열·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작성자
차세린
작성일자
2022-03-1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05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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