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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4호 기획연재

"몸과 마음 함께 가는 곳에 길이 있다"

초등학교 앞 20년 교통봉사
문제 청소년 대학까지 보낸 합기도 누나
김명애 부산경상대학교 경찰·탐정과 교수

내용

교통사고 당한 제자 보고 교통봉사 시작


"교통봉사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학교를 찾아간 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끔 해야겠단 생각에서였어요. 저희 체육관에 오는 한 친구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어요. 신호등이 노란불이었는데도 자동차가 정지하지 않고 그 친구를 덮쳤죠. 아이들은 키가 작아 시야가 가리고, 무조건 앞만 보고 뛰잖아요. 그걸 보면서 등하교 때만이라도 교통 통제를 좀 하면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0년째 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김명애 씨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녀가 처음 교통봉사 활동을 시작한 건 2004년. 여성으론 전국 최초로 청년회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어느 날 동래구 청년회 회장님이 찾아와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낙했죠. 그땐 부산시 모든 청년회 행사에 제가 참석을 하면 `온천3동 다 왔네' 할 정도로 여성 회원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도 청년회엔 여성 회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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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 8단의 김명애 부산경상대학교 교수는 20년째 청소년 범죄예방활동과 교통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합기도 8단 체포술 교수
청와대 경비단·경찰·해경도 가르쳐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다. 긴 생머리에 가녀린 몸매의 그녀, 합기도 8단, 태권도 2단, 킥복싱, 유도까지 익힌 무술의 고수다. 부산경상대학교 경찰·탐정과 교수로 청와대 101경비단, 경찰, 해경 등에서 체포호신술을 지도하고 있다. 여성 최초로 체포술 지도자 1급 자격증, 탐정 자격증도 갖고 있다.


"합기도는 스무 살 때부터 했어요, 여동생이 여군에 지원하려고 합기도를 배웠는데, 저는 몸이 약해서 건강 차원으로 같이 했죠.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가족 몰래 여군 시험을 쳐서 합격도 했어요. 그런데 장녀라고 반대를 해서 못 가고 공항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등 보안 업무)를 했죠. 그러다가 1998년에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덜컥 체육관을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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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앞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김명애 교수.


파출소 소장 감사 인사하러 온 까닭?


김명애 교수는 학교 앞 교통봉사 외에도 야간 순찰,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도 하고 있다.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동래구지구협의회 총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선도와 범죄예방 활동에도 열심이다.


"청소년 선도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체육관과 관련이 있어요. 회사(공항) 그만두고 체육관 연 곳이 그야말로 우범 지역이었어요. 옛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 이면도로변이라 밤 되면 불도 안 켜져 있고, 거리가 완전히 새까맸어요. 그래서 체육관 간판 불을 하루 종일 켜 놔봤죠. 한 3개월 쯤 지나니까 파출소 소장님이 작은 선물을 들고 인사하러 오셨데요. 간판 불 때문에 이 부근에 좀도둑이 없어졌다고. 그게 계기가 됐는지 그 뒤로도 주변 으슥한 골목에 혹시 담배 피는 아이들 없는지 살펴보게 되고, 청년회 활동하면서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을 알게 됐는데 제가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이 거기 다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본격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벌써 20년이 다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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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애 교수(사진 맨 오른쪽)와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동래지구협의회 회원들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 안은 아이들


그동안 김명애 교수가 케어한 청소년은 60명 가까이나 된다. 이른바 문제 학생들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대신 6개월간 김명애 교수의 보호를 받으면서 매일 1대1로 생활 관리며 고민 상담을 받았다. 그야말로 누나 같은 멘토부터 엄마 역할까지 대신해왔다.

"아이들은 다 잘 돼서 검정고시 합격도 하고, 대학 진학하는 아이도 있고. 한 아이는 제가 케어하기 이전에 저지른 죄로 소년원을 가게 됐는데, 매달 꼬박꼬박 면회를 갔어요. 소년원 안에서 검정고시 합격하고 나와서 얼마 안 있어 대학에 붙었죠. 지금은 서울서 직장생활하고 있어요. 다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걸 보면 굉장히 뿌듯하죠."

케어하는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새벽 2∼3시에도 그 집 앞에서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는 김명애 교수. 어른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아이들은 진심을 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김명애 교수 제자들도 스승의 길을 따른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드는 길은 몸과 마음이 같이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우리 제자들이 정말 바쁜 친구들이거든요. 직장 생활하랴 봉사하랴 정말 감사하죠. 바빠서 봉사할 시간 없다고 하는 건 핑계인 것 같고요. 마음만 있으면 30분 짬 내서 운동하듯이 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글·사진 원성만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2-03-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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