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하고 단맛에 윤기 잘잘, 낙동강이 키운 '명품 김'
음식 속 부산_⑫낙동김
- 내용
낙동강 유역 사람들은 낙동김을 물김 형태로 많이 먹는다(사진은 물김국, 물김밥, 물김라면 등으로 차린 물김밥상). 사진·최원준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에서 생산한 낙동김은 유독 색깔이 까맣고 반질반질 윤이 흐르며 맛이 진하고 달다.
최고급 김은 낙동김을 필수적으로 함유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예부터 그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낙동강 유역 사람들은 이 김으로 '꼬시래기물김회무침' '물김국' '물김무침' 등 다양한 물김 요리를 즐긴다.
글·사진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최고 품질 자랑하는 부산 명품 수산물
부산 강서구 명지동 영강포구. 강바람이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갓 수확한 햇김을 실은 선외기들이 꼬리를 물고 포구로 들어온다. 낙동강이 키운 '낙동김'이 이곳에서 집산돼 전국으로 출하되기 때문이다.
낙동김은 낙동강 하구 삼각주 부근에서 생산되는 '부산의 김'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알맞은 염도와 적당한 물살이 알뜰살뜰 보살펴 키웠기에 부드럽고 향긋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김의 주 생산지는 전남의 완도, 해남 등지를 꼽지만, 최고급 김은 낙동강 하구 유역에서 생산되는 낙동김을 필수적으로 함유해야 한다. '낙동김을 섞어야 고급상품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때는 상품성을 인정받아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낙동김은 오래전부터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귀한 대접을 받던 '부산 수산물' 중 하나이다.
우리 민족은 조선시대부터 김 양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낙동김의 근대적 양식은 1910년 가덕도와 사하구 사이 해역에서 시작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후 1971년 김 양식 전문업체인 '삼흥수산'이 선진화된 양식법과 재배 기술의 기계화를 도입해 낙동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낙동김은 원래 낙동강 하구 간석지인 신호도와 진우도 일원에서 생산됐다. 지금은 그물망을 사용하는 '망흥식 양식'이지만, 예전에는 김 포자를 붙인 갈대와 나뭇가지, 대나무 등을 묶은 '섶'을 갯벌에 꽂아 생산하는 '섶 양식'이었다. 섶에다 포자를 붙이는 일이나, 밀물과 썰물 때 김발을 뒤집어 햇빛으로 김을 소독하는 일, 수확한 물김을 일일이 손으로 갈아서 물에 풀고, '김 틀'에 올려 마른 김을 만드는 일까지 일일이 사람 손이 가는 일이라 김 양식 철이 되면 온 가족이 김 농사에 매달려야 했다.
망둑어 회를 물김화 초장에 무쳐내는 '꼬시래기물김회무침'. 사진·최원준
낙동김으로 즐기는 다양한 '물김' 요리
낙동강 유역 사람들은 낙동김을 물김 형태로 많이 먹었다. 가을 햇김이 나올 때쯤 망둑어 회를 물김과 초장에 무쳐내는 '꼬시래기물김회무침'과 낙동강 굴과 콩나물, 무채 등으로 시원하게 끓여내는 '물김국', 상큼한 물김에 무채와 다진 명지대파를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조물조물 무쳐내는 '물김무침' 등이 대표적이다.
동네 할머니들은 조금 억세진 끝물 김으로 쌈을 싸 먹기도 한다. '김쌈'이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끝물 김을 갈대발에 미역처럼 척척 올려 말린 후 쌈을 싸 먹는데, 지금도 마을 어른들은 입이 적적할 때면 추억 삼아 '김 쌈'을 먹는다. 씹는 식감이 좋고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바다 해감내가 향긋하게 나서 별미라 한다.
라면이 보편화된 후에는 물김을 넣은 '김라면'이 이 지역의 '마을음식'으로 등장한다. 라면을 끓일 때 김을 넣고 끓이면 라면 특유의 밀가루 냄새도 없어지고 상큼한 해초 향기와 진하고 구수한 국물의 '일품 라면요리'가 된다는 것.
마을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김 라면으로 속을 풀면 숙취가 한꺼번에 풀린다"며 "해장음식으로 김 라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또 다른 이는 "입맛이 없고 찬거리가 마땅찮을 때, 초벌 김이나 두벌 김을 함께 넣고 '물김밥'을 해 먹는다"며 "윤기 자르르 흐르는 '물김밥'을 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김의 향긋한 향내와 감칠맛이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 입에서 돌아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소박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으로 변주되는 낙동김은 낙동강 사람들의 땀과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집약된 식재료이다. 부박한 환경 속에서도 낙동강에 터를 잡고 꿋꿋하게 삶을 일궈온 낙동강 사람들. 그리하여 '낙동김'은 보살펴 기르는 사람들의 성정을 닮아, 든든하고 맛깔난 한 끼 식사가 되고, 깊고 그윽한 '부산 맛'의 원형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이다. 〈끝〉
- 작성자
- 하나은
- 작성일자
- 2021-11-3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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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12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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