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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0호 기획연재

세계평화 성지 아름답게 가꾸는 숨은 영웅을 만나다

부산&부산사람-조대건 유엔기념공원 조경반장

내용


깔끔하고 곱게 다듬어진 조경 … 방문자들 찬사 쏟아내


"우리말로는 개잎갈나무라고 하죠. 세계 3대 조경수인 히말라야시다를 좋아합니다."

나무와 더불어 사는 사람은 그가 좋아하는 나무를 닮는 걸까?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조경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대건 조경반장은 훤칠한 기럭지와 잘생김에서 장대하게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히말라야시다를 연상하게 한다.


18-2 조대건 반장
23년 유엔기념공원 가꾸어온 가위손


머나먼 이국땅까지 와서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희생한 유엔군 전몰장병의 유해를 따뜻하게 품은 곳. 마치 가위손이 지나간 듯 너무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며 형형색색 사시사철 펴있는 꽃을 보기 위해서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 "어찌나 곱게 다듬어져 있는지 기념공원 관리하는 조경사님들께 그저 찬사를 표하고 싶다"는 SNS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 잘 가꾼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이야!

2020년 한 해 유엔기념공원을 다녀간 총 참배객은 25만 명 가량,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천800여 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2019년 총 참배객 32만 명, 외국인 참배객 2만3천 명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엔기념공원이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건 유엔이 지정한 세계 유일의 평화 성지라는 것, 그리고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잘 조성된 조경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면 유엔기념공원 조경에 쓰이는 꽃과 나무는 한 해 어느 정도나 될까? "봄, 여름, 가을, 겨울 4회에 걸쳐 1년에 약 10만 포기 정도 꽃을 심습니다. 나무가 80여 종, 1만 그루쯤 되죠."

조경은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스카이차를 타고 전지작업도 해야 한다. 조대건 조경반장이 유엔기념공원에서 꽃과 나무를 가꿔온 지도 23년째. 같이 일하는 동료 조경사 모두 조경 관련 자격증뿐만 아니라 굴삭기, 크레인 자격증까지 두루 갖춘 베테랑이다. "전체 면적이 약 13만㎡(약 4만 평) 입니다. 1인당 5천 평씩 관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다 돌아가신 영웅들이라면, 조대건 반장과 조경사들은 유엔기념공원을 빛내며 환경을 지키는 영웅들이다.


18-1 조대건 반장

또 한 분의 숨은 영웅, 풀 뽑는 할머니


조대건 조경반장이 가장 애정하는 장소는 '도은트 수로'. 유엔기념공원 안장자 중 최연소 전사자인 제임스 패트릭 도은트 이병의 이름을 따서 만든 기념 수로이다. 호주 출신인 도은트 이병은 형의 이름을 빌려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했다. 그의 나이 만17세 때였다. "17세면 어머니의 사랑과 손길이 필요한 나이잖습니까? 그 어린 나이에 참전했다는 게 참 안타까워서 도은트 수로에 마음이 많이 가는 거죠. 유엔기념공원을 가로 흐르는 작은 수로 자체도 아름답고요."

유엔기념공원은 씨앗을 파종해 꽃을 피우지 않는다. 모종을 키워서 옮겨 심는 방식을 택했다. 모종을 키우는 온실로 가는 길에 조대건 반장이 할머니 한 분과 반갑게 인사한다.

"거의 매일같이 풀을 뽑고 계시더라고요. '할머니 힘드실 텐데 풀 안 뽑아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이 분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너무 고마워서 이거라도 해야지. 이기 뭐라꼬'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여기서 23년 일하면서 할머니처럼 스스로 풀 뽑는 분을 보지는 못했어요. 할머니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원을 가꿔야겠단 마음을 갖게 됐어요."


18-3 유엔기념공원 전경

△남구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전몰장병들의 마지막 쉼터를 아름답게 가꾸는 유엔기념공원 조경팀은 매년 10만 포기의 꽃과 1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꾼다.


계절 따라 '사진 잘 나오는 핫플'도 달라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를 물었다. "'부산 매화하면 유엔기념공원 홍매화'라 할 정도로 저희 매화가 유명하고요. 상징구역 뒤쪽에 목련도 아름답습니다. 3월 말엔 겹벚꽃, 여름엔 목백일홍 찍으러 많이들 오시죠. 가을엔 꽃들이 많은데, 팬지·백일홍·사르비아 같은 꽃들을 계절 따라 1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기념공원 토양과 맞지 않는 것도 있어서 방문자들의 취향을 살펴 시범적으로 심어보고 꽃을 바꾸기도 합니다." 사시사철 피어나는 유엔기념공원의 꽃과 풍경을 한 폭의 달력으로 만들어 기념품으로 내놔도 좋지 않을까?

넉넉한 그늘의 히말라야시다처럼 유월의 유엔기념공원에 녹음이 짙어간다. "이곳은 추모 장소라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고요. 큰소리로 웃거나 말을 나누는 것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맑은 공기 마시면서 편하게 산책하시는 건 고마운데,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거나 음식물 드시는 행동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원성만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1-06-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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