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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9호 기획연재

바다, 숲, 기찻길 그리고 당신

부산 소풍_⑤해운대 그린레일웨이

내용

'낭만 상징' 동해남부선 옛 철길
시민·관광객 즐기는 산책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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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 옛 철길이 시민의 휴식처이자 산책로 '그린레일웨이'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 그린레일웨이 미포~송정 구간을 걷는 시민들. 멀리 해운대마천루가 보인다.



바다가 낭만의 상징이며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동해남부선 기차는 바다를 꿈꾸는 이들을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가 해운대로 쏟아냈다. 대한민국 여름휴가 1번지 해운대의 시작이었다. 세월이 흘러 동해남부선 철로는 '그린레일웨이'라는 시민의 휴식처이자 산책로로 다시 태어났다. 떠들썩한 기차가 사라진 철로는 바다와 숲과 사람이 어우러져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낸다.

· 코스: 미포~청사포~구덕포~옛 송정역(약 4.8㎞)
· 소요 시간: 약 1시간30분
· 글·하나은

옛 동해남부선 철로, 시민 품으로
동해남부선 부산~포항 구간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5년 개통했다. 일제의 자원 수탈과 일본인들의 편리한 해운대 관광을 위해서였다. 비록 그 시작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광복 후 동해남부선은 서민의 발이자 바다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필수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바다를 찾아 기타를 품에 안고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비둘기호 완행열차에 몸을 접어 넣었던 젊은이들 덕분에 동해남부선은 낭만기차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완행 비둘기호가 사라지고 한때는 특급이었던 무궁화호가 비둘기호를 대신해 '완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서 동해남부선을 이용하는 이들도 점차 줄었다. 도심과 가까워 편리했던 철도는 도시의 거리를 단절하는 애물단지가 돼갔다. 급기야 지난 2013년, 장산을 통과하는 복선 철로가 개통하면서 바닷가를 달리며 해운대로 관광객들을 쏟아내던 동해남부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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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어꺠를 나란히 하고 걷는 길.


기차가 사라진 동해남부선 옛 철길은 오늘날 시민 쉼터 '그린레일웨이'로 다시 태어났다. 그린레일웨이는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해 미포, 청사포, 송정을 지나 동부산관광단지까지 이르는 9.8㎞의 산책로이다. 올릭픽교차로~옛 해운대역~미포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심 속 휴식공간이고, 미포~송정역에 이르는 4.8㎞ 구간은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길로 부산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이다.


옛 철길의 색다른 변신
화창한 어느 날 오전,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 그린레일웨이 미포~송정역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미포~송정역에 이르는 구간은 바다와 철로가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 덕분에 동해남부선 폐선 후 한동안 '인생사진 촬영지'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다시 태어난 '그린레일웨이'는 또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변열차 운행을 들 수 있다. 해변열차는 미포~송정 구간을 시속 15㎞의 속도로 천천히 운행하는 관광열차다.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돼 있어 편안히 앉아 풍경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해변열차 위, 지상 7~10m 공중으로는 4인용 스카이캡슐이 미포~청사포 구간을 오간다. 가족 또는 친구 단위로 이용할 수 있어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맞아 특히 환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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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레일웨이 미포~송정 구간은 바다, 숲, 철길이 어우러지는 길이다.


오늘의 목적은 바다와 함께하는 산책. 표를 살 필요가 없다. 해변열차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의기양양하게 제치고 산책로로 들어섰다. 철로 옆으로 나무데크로 깨끗이 단장한 산책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운행할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평일 오전이지만 산책로는 유모차를 미는 가족 단위 방문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햇빛을 단단히 가리고 운동하는 사람들, 고운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해변열차 미포정거장을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바다, 왼편으로 철길과 푸른 나무가 우거진 풍경이 어서 오라는 듯 사람들을 이끈다. 장난감 기차처럼 빨강·노랑·파랑이 선명한 해변열차와 고공을 오가는 앙증맞은 스카이캡슐, 바다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져 동화 속 같은 유쾌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운대 명물 다 모인 '알짜' 여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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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정류장 모습. 사진·문진우


그린레일웨이는 열린 길이다. 인근 마을이나 아름다운 해안가와 이어지도록 곳곳에 출구와 계단을 설치하고 쉼터도 여러 곳에 마련했다. 달맞이터널, 청사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몽돌해변, 거기다 소셜네트워크를 떠들썩하게 하는 분위기 있는 카페나 음식점도 즐비하다. 해운대를 대표하는 알짜배기 관광지를 그야말로 관통해 지나간다. 편도 4.8㎞. 열심히 걸으면 1시간 안에 도착할 이 구간을 걷다 보면 마술처럼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포를 출발해 시원한 파도 소리와 푸른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걷다 처음 만나는 것은 달맞이재터널. 그린레일웨이로 새 단장 하기 전부터 예스러운 분위기의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터널 옆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터널 외벽은 추억을 간직하려는 연인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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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가려주는 전망 쉼터에서 각자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멀리 오륙도가 보이는 곳에는 딱 맞게도 전망대가 있다. 굽이굽이 나무계단을 내려가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갔다는 전설이 있었음 직한 널찍한 암벽 옆 전망대에서 서둘러 인증샷을 찍었다. 이제 초입.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마음먹고 이제는 좀 걷자 했더니 이번에는 5월의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 쉼터가 유혹한다. 다음 쉼터를 기약하며 눈을 질끈 감고 걸었더니, "이래도 안 쉴 테냐?"라고 물어보듯 바다와 더 가까운 아래쪽 쉼터가 나타난다. 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쉼터를 밟고 음악이라도 한 곡 들으며 쉬어줘야 한다. 멀리 해운대 마천루가 보이는 쉼터에는 5월의 이른 더위를 날려주는 상쾌한 바람이 분다. 누군가는 물을 마시고, 누군가는 명상에 잠겨,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보며 저마다의 휴식을 즐긴다. 등수를 매기는 마라톤 대회도 아닌데 무엇이 급할쏘냐. 느리게 여유 있게 볼 것은 다 보며 걸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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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속 그림같이 쭉쭉 뻗은 해송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음미하며 해변열차의 두 번째 정류장 청사포역에 도착했다. 고공을 오가는 스카이캡슐은 미포~청사포 구간을 운행한다. 내려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 정류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화 속 장면 같은 청사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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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속 장면을 닮은 청사포 사거리 모습.


청사포 정류장 주변에는 귀여운 벽화로 유명한 청사포마을, 유명한 조개구이집,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으니 들러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청사포 정류장을 나오면 사거리이다. 이 사거리에서 해변열차가 지나갈 때 촬영하면 만화 '슬램덩크'에서 유명한 해안열차 풍경과 비슷한, 여리여리하고 감성적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슬랭덩크' 팬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

청사포마을을 지나 해운대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를 만났다. 다릿돌전망대는 해수면으로부터 20m 높이에 72.5m 길이로 바다를 향해 쭉 뻗어있다. 전망대 끝에는 요즘 인기인 투명 바닥을 설치해 스릴감을 더했다. 투명바닥 위에서 엉거주춤 엄살을 부리는 아이들과 호기롭게 쿵쿵 걸었다가 슬며시 옆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일출 명소로 유명해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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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


다릿돌전망대를 지나면 북적이던 길은 다소 한산해진다. 바다와 이따금 거의 소리도 없이 오가는 해변열차를 바라보며 이제야 드디어 걷기에 매진해 보겠다고 속도를 내면 어느새 옛 송정역이다. 옛 송정역 역사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 중이다. 지금은 동해남부선 기차표 대신 해변열차 티켓을 판매한다.

동해남부선. 기자의 기억 속 동해남부선은 대학 시절 경주에 가기 위해 어스름한 새벽 찾았던 옛 해운대역에서 시작한다. 오늘 이 길은 그린레일웨이라는 이름으로, 바다와 숲과 철길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산책로로 다시 기억된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더한다. 


· 그린레일웨이 미포정류장 가는 법: 시내버스 141번, 100번, 139번, 200번, 1003번 이용 → 해운대 미포 문탠로드 입구 하차 → 도보 5분
·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눈·비·강풍중의보가 있을 때는 개방이 제한될 수 있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5-1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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