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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7호 기획연재

나른한 봄날 게으른 숲 산책

부산소풍④금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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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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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 금정산 기슭에 자리한 금강공원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기 좋다.


성급한 벚꽃이 꽃비를 뿌리며 일찍 물러가더니 어느새 그늘이 반가운 계절이 왔다. 이제는 초록의 향연을 즐길 시간. 초록을 보려면 역시 숲이다. 문제는 숲은 좋지만 등산의 고단함은 피하고 싶은 게으름이다. 게으른 욕심쟁이를 위해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무려 포장된 길이 있는 착한 숲 '금강공원'을 소개한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당신의 기억 속 금강공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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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온천장 뒤편 금정산 기슭. 아름다운 산세가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금강공원(金剛公園)'이라 이름 붙은 곳이 있다. 부산에서 금강공원에 대한 기억을 묻는다면 상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온천장, 케이블카와 함께 부산 대표 관광지로 이름 날렸던 시절을 언급할 것이고, 어떤 이는 동물원과 비룡열차를 기억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금강공원에 웬 동물원이냐며 해양자연사박물관의 파충류를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금강공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개인 정원이었다가 1931년 일반에 개방됐다. 동래온천에서 온천을 즐긴 후 금정산까지 둘러보는 코스로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광복 이후 1965년, 금강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공원 내에 케이블카·동물원·놀이공원이 연이어 개장하며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유원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법. 반짝반짝 인기를 끌었던 놀이기구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녹슬어가고 동물원을 찾는 사람도 줄었다. 지난 2001년 동물원, 2013년 놀이공원이 영업을 마치며 붐비던 공원은 다시 조용한 숲으로 돌아왔다.


편안하게 만나는 울창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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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시간, 운동화 하나를 덜렁 챙겨 신고 금강공원을 찾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금강공원에 가려면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이나 온천장역을 출발해 약 20분 정도 걷거나 동래역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명륜역을 출발해 부산전자공고 옆을 지나는 길은 이주홍문학관, 온천장역을 출발하는 길은 스파윤슬길의 노천족욕탕과 가깝다. 제법 거리가 멀지만,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느긋하게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동래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공원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어 편리한데 배차 시간이 1시간 간격이라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일단 공원 출입구에 도착하면 힘든 길은 다 끝난 셈이다. 한자로 금강공원이라 쓰인 예스러운 문을 들어서면 바로 소나무가 울창한 숲의 세계가 나타난다.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금어사와 체육공원, 왼쪽으로 해양자연사박물관, 민속예술관, 금정사 등이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늘이 보일락 말락 터널처럼 나무가 우거진, 게다가 무려 포장된 길이 맞이한다. 아기 얼굴처럼 탱탱하고 싱그러운 신록부터 점점 진해지는 다양한 빛깔의 녹색 잎사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들여다보느라 지친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호젓한 산책을 즐기다 보니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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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자연사박물관에서는 해양 생물 관련 다양한 표본과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지난 1992년 김동섭 박사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모은 100여 개국 해양생물 전시물 1만7천여 점을 기증해 문을 열었다. 전 세계와 한국 수계의 해양생물, 자연사 표본 등 2만5천여 점을 전시한다. 박물관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었던가? 다양한 표본을 흥미롭게 관람하다 악어가 눈을 뻐금해 흠칫 놀랐다. 알고 보니 파충류관에는 살아있는 생물을 전시한단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다시 파충류들을 꼼꼼히 살피며 움직임 하나하나에 즐거워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하니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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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속예술관은 동래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예술을 계승·보급하는 곳이다.


박물관을 나와 이번에는 부산민속예술관을 찾았다. 국가지정 중요문화재 제18호인 동래야류,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무형문화재 제4호 동래지신밟기, 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 무형문화재 제8호 가야금산조 등 동래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예술을 계승·보급하는 곳이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야외마당에서 공연도 펼친다.


부산 최초 케이블카 … 금정산 산등성까지 6분

민속예술관을 지나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정신없이 걷다 보니 '진짜' 금정산 숲길이다. 타박타박 흙길의 맛이 좋아 '조금만 더', 바위와 나무와 꽃의 조화가 아름다워 '조금만 더'를 외치다 보니 제법 깊이 들어왔다. 머리칼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이 서서히 서늘해지며 등에 식은땀이 배였다. 이대로 등산을 하게 되는 것인가!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눈앞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평탄한 오솔길을 남들은 모르는 긴장감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다 드디어 금강공원행 이정표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서둘러 포장도로를 다시 만났다. 숲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한탄하던 찰나, 등산 초보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전설의 케이블카가 나타났다.

부산에서 케이블카라고 하면 대부분 송도해수욕장에 있는 해상케이블카를 떠올릴 테지만, 금강공원에도 금정산 산등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로프웨이)가 있다. 1966년 개통했으니 벌써 55살이다. 여느 케이블카와 같이 연신 케이블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2대가 20분 간격으로 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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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초보자도 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금강공원 케이블카.


오래된 전차에 오르는 기분으로 케이블카에 올라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천천히 케이블카가 움직이며 점점 시야가 넓어진다. 처음에는 아파트들이 보였다가 맞은편 산이 보였다가 이윽고 저 멀리 해운대 센텀시티와 광안대교가 펼쳐진다.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 부산진구 수영구 해운대구…, 그야말로 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는 수채화처럼 색색의 녹음을 품은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등산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눈에 띄자 나도 모르게 으쓱하는 기분이 들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한 기분이다. 옆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찰나와 같은 6분이 지나고 해발 540m 등성이에 있는 정류장에 내렸다. 이곳에서 등산로에 합류하면 금정산성 남문으로, 아래로 내려가면 휴정암, 약수정사로 갈 수 있다. 게으른 도시인인 기자는 다음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매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만족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숲은 좋지만 등산은 꺼려지는가. 어느 한가한 날 금강공원을 찾아보자. 어린 시절 공원에 대한 기억과 함께 한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금강공원 이렇게 즐겨요
1. 동래 전통문화 한마당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는 오는 11월까지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2시 부산민속예술관 놀이마당에서 동래 전통 예술 공연 '오락가락 전통예술한마당'을 펼친다. △5월 16일 부산무형문화재 제4호 동래지신밟기와 부산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 △7월 18일 부산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와 부산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8월 15일 동래야류 △10월 17일 동래지신밟기, 동래한량춤 △11월 21일 동래학춤, 동래고무가 예정돼 있다. 공연 관람은 무료. (051-555-0092)


2. 문화재·기념비를 찾아라
해양자연사박물관에서 조금 더 가면 자리한 임진동래의총은 임진왜란시기 송상현 장군 송상현 장군과 함께 동래성을 지키다가 순사한 군·관·민의 유해를 거두어 모신 무덤이다. 1731년 동래부사 정언섭이 동래읍성을 수리하다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옛 남문 터에서 유골과 화살촉 등을 발견해 오늘날 내성중학교 인근에 무덤을 만들었다. 현재는 금강공원으로 이전해 매년 음력 4월 15일 제향한다. 이 외에도 금강공원에는 자연보호헌장비, 일제만행희생자비, 이영도시비, 송촌지석영비, 최계락시비, 허종배선생기념비, 이주홍문학비 등 다양한 기념비가 있다. 공원 산책을 하며 보물찾기를 하듯 다양한 문화재와 기념비를 찾아보면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3. 사찰로 굴러들어온 돌
케이블카에서 내려 15분 정도 내려가면 약수정사가 있다. 약수정사 대웅전 앞에는 공덕비가 있었는데 2016년 12월 어느 날 밤 폭우에 150t에 이르는 거대 바위가 내려와 공덕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이 바위에 약왕보살과 약상보살 마애불을 조성했다.


· 가는 법(6월 30일까지 공용주차장 임시 폐쇄)
   -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4번 출구 → 동래구 1-1 마을버스 → 금강공원 하차 (배차 시간 1시간)
   -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1번 출구 또는 명륜역 5번 출구  → 도보 15~20분 
· 입장료: 무료
·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입장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말에는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 후 관람해야 한다.(051-553-4944)
· 케이블카 이용료: 성인 기준 왕복 9천 원, 편도 6천 원
· 케이블카 이용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4~11월 주말 오후 6시까지)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4-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7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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