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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3호 기획연재

부산의 라라랜드, 해 기울면 펼쳐지는 꿈빛 야연

부산 소풍 ②우암동 도시숲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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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우암동에는 '한국의 리오데자네이루'로 불리는 곳이 있다(사진은 해질녈 동항성당 예수상과 주위 풍경 모습).


재개발 바람을 타고 이제는 비어버린 집들 사이에 섬처럼 오도카니 떠 있는 도심 속 작은 공원이 있다. 바삐 움직이는 감만동 부두를 마주하고 숨죽인 낮을 보내다 해가 기울면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처럼 화려한 변신을 한다. 꿈같은 야경으로 지친 당신을 위로할 '우암동 도시숲'으로 안내한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 노선 : 우암동 소막마을~동항성당~소막마을 포토존~우암동 도시숲
· 소요시간 : 약 1시간


소 막사, 집 되어 사람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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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한 소 막사가 있던 곳이다. '우암동 도시숲'은 인근 마을이 재개발되며 섬처럼 오도카니 남게 됐다.

위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 도시숲 인근 풍경, 아래 왼쪽 사진은 1920년대 소막마을 모습(사진·남구), 아래 오른쪽 사진은 옛 소막 지붕과 굴뚝 흔적을 간진한 소막마을 건축물. 


남구 마을버스 3번을 타고 남부중앙새마을금고 정류장에 내리면 '우암동 도시숲'으로 갈 수 있다.

우암동은 소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포구 언덕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소와 닮아 소 '우(牛)'자와 바위 '암(岩 )'자를 합해 '우암(牛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지명에 소가 들어가서일까. 일제강점기에는 이곳에 일본으로 소를 수탈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 막사(외양간)가 들어섰다.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소 막사는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과 피란민들의 보금자리로 변신했다. 기다란 소 막사에 판자를 대어 칸을 가르고, 막사 하나에 약 40여 가구가 모여 살았다. 외양간에 사람이 살다니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벽과 지붕이 있는 이곳에 자리를 튼 사람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소 막사조차 구하지 못하고 더 높은 언덕으로 올라 판잣집을 지었다. 언덕배기까지 작은 집들로 가득한 '소막마을'은 그렇게 탄생했다.


부산 명물 밀면의 탄생 … 내호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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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밀면의 시초인 '내호냉면'.


도시숲으로 향하기 전 배가 출출한 이들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부산밀면의 원조로 꼽히는 '내호냉면'이다. 상호는 냉면이지만 밀면 전문점이다.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에서 2대째 냉면집을 경영하던 고 정한금 씨가 부산으로 피란 온 후 구호 물품으로 나눠주던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밀면'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탔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향을 등진 서글픈 피란민들의 그리움을 달래던 작은 가게는 세월과 함께 성장해 지금은 한 번에 200여 명이 식사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 그러나 '내호냉면'이 몸담은 우암골목시장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피란민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작은 골목시장은 지난 1980년 상가 건물을 세우며 번창했지만, 주변 지역의 재개발과 함께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지금은 '내호냉면'을 비롯한 몇몇 가게만이 남아 쓸쓸한 골목을 지키고 있다.

피란민 위로하던 '동항성당'
우암동골목시장을 나와 표지판을 따라 맞은편 골목을 오르면 '한국의 리우데자네이루' 풍경으로 유명한 '동항성당'이다. 항구를 향해 팔을 뻗은 예수상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자리한 예수상과 닮았기 때문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천막성당으로 시작한 동항성당은 피란민 구호와 복지에 앞장서며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았다. 사회복지시설로 유명한 '오순절 평화의 마을'도 동항성당 창고에서 시작됐다.  

동항성당 예수상을 제대로 찍으려면 성당 위 골목에 자리한 포토존으로 이동해야 한다. '우암동 포토존' 또는 '남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성당 옆 골목을 따라 걷는다. 재개발로 대부분 이사를 떠나 빈집이 즐비하다. 오후의 햇살만 평화롭게 비치는 골목 곳곳에는 마을 정비사업으로 곱게 칠한 벽화만 즐기는 이 없이 홀로 남았다. 사람이 증발해 버린 것 같은 낯선 골목을 돌고 돌면 '우암동 포토존'에 도착한다.

성당 지붕에 자리한 예수상이 마을과 맞은편 부두를 축복하듯 감싼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땅거미가 지며 맞은편 마을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무렵이다. 영화 같은 야경을 황홀하게 감상한 후 오늘의 진짜 목적지 '우암동 도시숲'으로 향한다.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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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항성당 위 포토존. 사진·남구


포토존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부산의 라라랜드'로 불리는 '우암동 도시숲'이다. 아름다운 별명과 달리 이곳의 전신은 일제강점기부터 자리한 공동묘지였다. 언덕 끝까지 빼곡히 집들로 가득한 열악한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묘지를 이전하고  5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시민의 쉼터인 도시숲으로 새로 단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동네공원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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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도시숲은 부산항 야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낮에 이곳을 찾는다면 '사진은 믿을 수 없다'며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무와 약간의 운동시설, 벤치로 구성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공원이다. 부두와 아파트가 어우러진 풍광은 어딘지 인간미 없고 차가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실망하며 떠나기는 이르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마침내 떨어지면 요술 지팡이로 변신한 신데렐라처럼 화려한 야연(夜宴)이 펼쳐진다.

가로등과 집들의 조명이 들어오면서 삭막하던 풍광은 별빛이 뿌려진 듯 화려한 색채와 온도를 더한다. 아름다운 야경은 연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던가. 인기척 없이 적막하던 공원에 야경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이어진다. 도시숲의 명물인 달빛조형물 앞은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대기 진을 이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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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숲 명물인 달빛조형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시민들.


도시숲의 별명이 된 '라라랜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애칭이자 '꿈의 나라'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꿈을 쫓아 대도시로 모인다.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는 언덕 끝까지 작은 집들로 가득한 '소막마을'을 만들었고, 그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숲'이 탄생했다. 오늘날 재개발로 마을이 비자 '도시숲'은 빈집들 사이에 외딴섬처럼 홀로 남았다. 그러나 도시는 끊임없이 변신하고 숨을 쉬며 새로운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사람들은 찬란한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자신만의 '라라랜드'를 꿈꾼다.


가는 법

·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 8번 출구 → 자유시장 앞에서 남구 마을버스 3번 승차 → 남부중앙새마을금고 하차 → 내호냉면, 동항성당 지나 도시숲 도착
· 도시철도 2호선 지게골역 1번 출구 → 남구 마을버스 5번 승차 → 목화그린빌라 하차 → 도시숲 앞 도착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2-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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