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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1호 기획연재

임금님도 반한 맛 '가덕대구'

음식 속 부산 ①가덕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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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대구
내용

15_1_ 가덕대구(문진우)
가덕대구로 끓인 대구탕은 뼛속까지 시원한 맛을 낸다.  사진·문진우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자, '해당 지역을 읽어내는 텍스트'이다. 부산음식은 부산의 역사와 문화, 부산 사람의 기질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높은 파고를 견뎌낸 곳으로, 팔도의 사람이 고향을 떠나 정착했던 '이주민의 도시'이다. 부산음식 또한 다양한 지역의 음식을 수용·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한데 펄펄 끓다가 하나가 되는 '가마솥의 도시'가 부산의 정체성이다. 2021년 부산시보 '다이내믹부산'은 시인이자 음식문화칼럼니스트인 최원준 작가와 함께 음식을 통해서 본 부산, '음식 속 부산'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편집자주〉

글·최원준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수라상에 올리던 진상품
'가덕대구'라는 것이 있다. 부산 가덕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구를 일컫는데, 대구 중에서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홍어나 대게로 치자면 '흑산홍어', '박달대게'급 정도로 보면 되겠다.
정확히 '가덕대구'는 가덕도와 거제도를 사이에 둔 진해만의 물길, '가덕수도(加德水道)'에서 어획되는 대구이다. 가덕대구는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북태평양에서 가덕수도를 통해 진해만으로 회유, 산란하는데, 산란 전 가장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한 상태에서 잡히기에 그 가치가 높다. 그래서 "가덕대구 한 마리, 포항대구 열 마리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도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대구는 거제, 창원, 진해, 고성, 사천에서 많이 잡힌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지금의 진해만을 일컫는다. 일제강점기의 수산왕, '카시이 겐타로'도 일찍이 가덕수도의 고급어장에 눈독을 들였다. 그는 조선총독부 통감이던 '이토 히로부미'의 권력을 업고 당시 조선왕가의 어장인 가덕수도의 어업권을 얻어 가덕대구를 비롯한 고급수산물을 수탈해 갔다.    

 
'가덕대구'는 그 맛을 인정받아 매년 임금께 진상되기도 했다. 임금께 올리던 진상품의 물품·수량 등을 규정한 '공선 정례(貢膳定例)'에는 가덕수도에서 어획된 건대구, 반건대구는 물론 대구 어란해(알젓)와 고지해(이리젓) 등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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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에 대구를 말리는 모습. 사진·최원준


겨울철 보양식
대구는 입이 크다 해서 '대구(大口)' 또는 '대구어(大口漁)', '대두어(大頭魚)'라 불리는 생선이다. 한자어로 '대구 설( )'자는 '고기 어(魚)'변에 '눈 설(雪)'자가 조합된 것으로, 눈 오는 겨울철이 대구의 제철이자 가장 맛있는 시기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그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동지 대구는 사돈댁에도 안 보낸다"는 식담이 있으며,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대구 3마리면 집안 어른 감기 걱정 없다"는 말 또한 있을 정도로 겨울 보양식으로도 으뜸이다.
진해만의 '가덕수도'는 예부터도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지만, 겨울마다 떼를 지어 돌아오는 '가덕대구'들 때문에 마을마다 활기가 넘친다. 오래전 명맥이 끊겼던 '가덕대구'가 치어 방류사업의 성공으로, 매년 겨울 가덕도 앞바다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한창때인 12~1월이면 가덕도 횟집 어느 수족관에서도, 펄떡이는 가덕대구를 쉽게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이 '누릉이'라 불리는, 10kg 남짓 되는 큰 몸집들이다. 때문에 집집마다 짭조름한 겨울해풍 맞은 대구 몇 마리씩은 꾸덕꾸덕 마르고 있고, 다양한 대구 요리로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곤 한다.

대구 철에는 활어로 장만한 '대구회'와 '대구 맑은 탕' 등을 맛볼 수가 있다. 대구는 어떤 요리든 맛이 깔끔하고 정갈해서 품격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리대구(대구 수놈)'로 끓여내는 '대구 맑은 탕'은 뼛속까지 시원한 맛을 내며 최고의 미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고니대구(대구 암놈)'보다 더 귀하게 소용된다.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어 부산사람들이 즐겨 먹는데, 잘 끓여놓으면 마치 곰국처럼 국물이 뽀얗다. 고소한 하얀 정소(이리)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무와 대파를 숭덩숭덩 크게 썰어 궁극의 시원한 맛을 낸다. 한 숟가락 떠먹으면 뜨겁게 시원한, 그 후련한 맛에 숟가락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을 띤다.

대구는 탕도 좋지만,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대구포'도 일품이다. 잘 드는 칼로 대구포를 결대로 저미듯 썰어내 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으면, 쫀득쫀득 차지고 담박한 풍미에 길고 긴 겨울밤 최고의 술안주가 된다.  '활대구회'도 별미로 꼽힌다. 대구회는 담담하면서 씹을수록 감칠맛과 함께 단맛이 돈다. 갓 잡은 활어로 회를 뜨기에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쫀득하다. 많은 이들이 대구회를 맛보며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은근한 맛이 일품이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0-12-31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10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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