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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9호 기획연재

부산 바다가 수굿하게 지켜보는 바닷마을 갤러리에서 미술을 만나다

부산의 전시 문화공간 ⑨ -부산의 몽마르트르 달맞이언덕

내용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한 후 인류는 신화를 잃어버렸다. 방아를 찧는 옥토끼가 살던 달은 무한한 신비와 생명을 주는 신적 존재였다. 하지만 달 착륙 후 생명이 살지 않는 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달의 신화는 끝이 났다. 하지만 시(詩)를 잃은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달은 곧 시가 된다. `달맞이언덕'에 부산 바깥사람들이 품는 판타지는 바로 그것이다. `달맞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시적 환상'.
 해운대구 미포에서 송정까지 구불구불 열다섯 굽이 길을 넘어가기 때문에 `15곡도(曲道)'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송정 바다 쪽에서 떠오르는 달을 가장 먼저 맞는 곳이라 하여 1980년대 한 수필가가 `달맞이고개'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후 `달맞이고개'가 `달맞이언덕'으로 조금 바뀌었다.

 달맞이언덕은 부산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기대와 오륙도까지 탁 트인 해안 절경의 `눈맛'과 겨울의 적막을 뚫고 나와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벚꽃도 한 몫을 했으리라. 이 때문에 이곳에는 고급 빌라와 카페들이 즐비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수영만 요트경기장 주변에 `마린시티'가 생기면서 변화가 생겼다. `달맞이' 고급 빌라에 살던 주민들이 그곳으로 이주하자 빈집들이 생겨났고, 전망 좋은 빈집에 화랑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때마침 부산은 중요한 미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달맞이언덕과 해운대에는 큰 갤러리들이 연이어 문을 열었고, 서울의 유명 갤러리들도 지점을 냈다. 이로써 서울의 삼청동·청담동과 같은 갤러리 거리가 달맞이언덕에 만들어졌다.

 현재 달맞이언덕에는 수십 개의 갤러리가 있어 명실상부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거리가 됐다.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 중에는 달맞이언덕으로 갤러리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부산의전시공간 9월호 이미지

조현화랑. 부산은 물론 세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산의 대표 화랑이다.


조현화랑:부산 미술 시장 부흥 이끈 주역


 해운대에서 달맞이길을 따라가다 와우산 정상 부근에 담쟁이가 감싸고 있는 건물이 나온다. 수국꽃이 수굿이 피어 있는 예스러운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비밀스런 성채처럼 나타나는데, 그곳이 조현화랑이다.
 조현화랑(대표 조현)은 역사적으로나 규모적으로 부산의 대표 화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1989년 광안리에 `갤러리 월드'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후 부산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007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지점을 내는 동시에 달맞이언덕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만 해도 달맞이언덕에 화랑을 낸다는 것은 모험과 다름없었다. 화랑이 들어서기에는 입지적으로 다소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도심과는 거리가 있고, 교통도 불편했다. 그러나 조현화랑이 들어서면서 인식이 변화했다. 화랑이 들어서기에 부적합했던 요인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운치 있는 장소라는 장점으로 바뀌었다.

 조현화랑은 빼어난 건축의 아름다움에 해운대 바다와 와우산 숲이 어우러려 마치 유럽의 고풍스러운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곳의 건축적인 아름다움은 자연경관과 더불어 명소로 탄생했다.
 멀고, 불편하고, 아름다운 곳. 공간의 역설을 지니고 있는 이곳에 그림을 보러오는 관람객들은 얼마나 될까. 일반인들은 갤러리를 접근하는 데 부담감을 갖고 있다. 특정한 사람들만의 공간으로 여기는 탓이다. 광안리에서 달맞이언덕으로 이전하면서 조현화랑은 카페도 동시에 열었다. 일반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편이었다. 카페는 곳곳에 작품을 걸고 콘서트도 여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경치 좋은 달맞이언덕에 차 한 잔 마시러 왔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카페나 갤러리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조현화랑은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 백남준 등 한국 현대회화의 선구적 역할을 이끈 작가들의 전시를 비롯해 피에르 슐라즈, 짐다인, 야오이 쿠사마, 소토, 레이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한국에 꾸준히 소개했다. 부산의 대표 화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시로 부산 미술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주소: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171
운영시간: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문의:051-747-8853


부산의전시공간 9월호 이미지

조현화활은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접이식 문을 열면 바다와 바깥정원을 전시공간 안으로 끌어올 수 있어서 그림은 물론 독특한 건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크다.



맥화랑:작가와 대중 모두 행복해지는 갤러리


 청사포 바다가 훤히 보이는 달맞이언덕에 있는 맥화랑(대표 장영호)은 부산의 인기 갤러리이다. 부산의 갤러리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맥화랑은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2007년 개관한 맥화랑은 오픈 기념으로 매우 특별한 전시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10∼100만 원, 행복한 그림전'이다. 일반 대중이 미술 작품을 갖고 싶어도 만만치 않은 작품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장영호 대표는 `갤러리 문턱 낮추기'와 `미술품 소장의 대중화'를 위해 과감한 기획을 했다. 모든 작품 가격을 1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맞췄다. 신진작가에서부터 유명 작가를 망라해 100여 작품을 전시했다. 반응이 좋았다. 갤러리를 찾은 사람들은 `만만한' 가격에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첫해에만 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작품을 사려고 적금을 넣고 있다는 한 고객의 전화를 받고 계속했다고 한다. 매년 여름 맥화랑은 `10∼100만 원, 행복한 그림전'을 연다.

부산의전시공간 9월호 이미지

맥화랑.



 작가들은 어떨까? 해마다 100만 원 이하의 가격에 작품을 출품해야 하고, 한정된 공간에 많은 작품을 걸어야 하니 작품이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 작가들은 `우리집에 그림 한 점'이라는 맥화랑의 취지에 적극 동참, 해마다 손해를 무릅쓰고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장영호 대표에 따르면 한 작가의 경우 300만 원에 호가하는 작품도 이 전시를 위해 선뜻 작품을 보내준다고 하니, 기획전이 부산 미술계에 얼마나 탄탄하게 뿌리 내렸는지 짐작하게 한다.
 맥화랑의 여름 기획전은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아예 이 기간에 맞춰 휴가 겸 부산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편 맥화랑은 개관 초부터 작가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작은 규모지만 해마다 `맥화랑 미술상'을 진행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주소: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 나길 162 힐탑프라자2층
운영 시간:화∼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
문의:051-722-2201



오션갤러리:국내외 작가 세계에 소개하고 지원


부산의전시공간 9월호 이미지 오션갤러리

오션갤러리 테라스. 청사포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푸른 뱀의 전설이 깃들어 그 이름만으로도 매혹적인 청사포. 오션갤러리(대표 윤영숙)는 바로 그 청사포 바닷가에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가장 가까운 갤러리일 터이다. 오션갤러리에 들어서면, 바다로 향해 열린 창과 문들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린다.
 오션갤러리의 이력은 독특하다. 윤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15년 동안 머물며 화랑을 운영하는 한편 영상학 등을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온갖 다양한 갤러리를 찾아다니면서 미술에 대한 사랑과 안목을 키웠다. 미술 비전공자인 그가 파리에서 화랑을 할 정도로 미술 애호가가 된 것은 파리에서 보낸 경험 탓이 크다. 2011년 귀국과 함께 부산에 `오션 갤러리'를 열었을 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산에 화랑을 연 이유를 그는 "부산의 세계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화랑을 경영하면서 유럽 미술 관계자들과 국제 교류전을 기획 전시한 경력은 부산에서 빛을 발했다. 국내의 유망한 작가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외국 작가와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 기획에 힘을 쏟았다.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한 경험이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국내 화랑의 해외 마케팅 활동 지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도시의 건축물들과 그 사이에 드러나는 하늘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고, 그 하늘에 그림을 그려 새로운 예술적 시각을 보여주는, `스카이 아트' 작가 토마스 라마디유는 윤 대표가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현재 오션갤리리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라마디유는 대만의 삼성 갤럭시탭S3 광고 모델로 활약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혜민 스님의 책에 그림이 실리면서 널리 알려진 이영철 화백, 알루미늄 조각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켜켜이 쌓아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등 추억의 스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정운식 작가 등이 오션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소:부산시 해운대구 청사포로 139-4, 3층
운영 시간:화∼금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문의:051-746-6060


부산의전시공간 9월호 이미지 오션갤러리02

오션갤러리 내부.


       

                                                                                             글·김진 / 사진·권성훈




                                                                                              김영주_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8-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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