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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39호 호 기획연재

“플로피 디스크 보면 아이들 눈이 동그래져요!”

2014년 중구 중앙동에 애플컴퓨터박물관 문 열어 … 27년간 모은 컴퓨터 100대 전시

내용

중구 중앙동에 있는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는 6·25전쟁 피란민과 부두 노동자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으로 1953년 부산역대화재로 소실되기 전의 옛 부산역을 주제로 한 기찻길과 옛날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렇게1950~60년대 풍경을 간직한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공간이 숨어있다. 바로‘애플컴퓨터박물관’이다.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 엄대흠 대표

 

 

컴퓨터 발전 역사 한 자리서 둘러볼 수 있어


오래된 건물의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1970년대 애플컴퓨터부터 최신형까지, 크고 작은 컴퓨터들이 전시돼 있다. 혼자 탄성을 내뱉고 있을 때 엄대흠 애플컴퓨터박물관 대표가 인사를 건냈다. 그는 1991년부터 모아온 애플컴퓨터 100여대로 2014년 4월 이곳에 박물관을 만들었다.

 

“어서 오세요~ 앉아서 말씀 나누시죠”하며 그는 바닥에 열 맞춰 놓인 컴퓨터 본체를 가리켰다. “여기에 앉아도 되나요?”라고 묻는 필자에게 그는 “그럼요, 애플컴퓨터박물관에서는 이게 의자입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판매·수리하는 일을 하며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직업이 지금의 박물관을 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1991년 들어간 첫 직장이 애플컴퓨터 공식수입총판이었다. 자연스럽게 애플컴퓨터를 매일 보게 됐고 관심을 가지다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던 1997년 IMF가 터지면서 회사가 어려워졌고 결국 회사를 나와 1998년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이 전환점이 됐다. 지금 건물의 4층, 작은 사무실에 그동안 모았던 컴퓨터들을 옮겨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가 늘어나 몇 년 후에는 3층 전체를 빌려 이사했고, 2014년 2층으로 다시 한 번 이사를 하면서 지금의 박물관이 탄생했다.

 

 

 

엄대흠 대표는 1991년부터 모아온 애플컴퓨터 100여 대로 2014년 4월 중구 중앙동에 있는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에 박물관을 열었다(사진·권성훈).

▲엄대흠 대표는 1991년부터 모아온 애플컴퓨터 100여 대로 2014년 4월 중구 중앙동에 있는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에 박물관을 열었다(사진·권성훈).

 

 

 

“박물관 통해 아이들에게 꿈 심어주고 싶어”


요즘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대부분은 학생들이다. 멀리 강원도, 서울 등지에서 박물관을 보기 위해 방학 때마다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단체로 진로체험을 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거친 엄 대표가 찾은 길이다.

 

“사실 제가 컴퓨터를 저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한다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가 일상이잖아요. 컴퓨터로 공부하고 게임도 하고. 그런데 막상 컴퓨터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생각하는 일은 드물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컴퓨터가 불과 몇 십 년 만에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너희들이 그 발전의 중심에서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애플컴퓨터박물관은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가 운영하는 ‘꿈길’에도 등록돼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 대표의 아빠 같은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컴퓨터 박물관을 처음 꿈꾸게 해준 것도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시절 전국 방방곡곡 박물관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컴퓨터박물관은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관련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나중에 돈을 많이 벌거나 여유가 생기면 컴퓨터박물관을 만들어 봐야지.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정말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네요.”

 

 

“PC까지 아우르는 컴퓨터박물관 만들고파”


현재 박물관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자유 관람을 했었다. 엄 대표는 자유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찾아 5분 정도 휙~ 둘러보고 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관람객이 줄어들더라도 사전예약을 받아 관람객이 오면 직접 안내와 설명을 해주고 있다. 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동이 될까 싶은 오래된 컴퓨터에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명령어를 입력하니 화면에 메뉴가 뜬다. 플로피 디스크를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광경일 것이고, 그 시기를 지나왔던 어른들에게는 추억일 것이다. 가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중 애플컴퓨터만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모아온 컴퓨터이다 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저도 여건이 된다면 PC도 모아서 완벽한 컴퓨터박물관을 만들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두를 위한 컴퓨터박물관을 꿈꾸고 있는 엄 대표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

작성자
이한주
작성일자
2018-04-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39호 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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