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열정·전통·의리 두루 뽐내는 촬영지
부산야구 상징 ‘사직야구장’ … 영화 ‘퍼팩트 게임·해운대·투혼’ 촬영
‘동래별장 - 범죄와의 전쟁’ ‘온천천 - 더킹’ ‘수영하수처리장 - 전우치’
- 내용
동래구는 부산의 전통적 고도심으로 부산 고대역사와 전통문화가 면면히 숨 쉬고 있는 동래읍성과 조선시대와 근대역사가 어우러지는 온천장으로 대별되는 곳이다. 때문에 우리 전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들이 많고, 이러한 분위기를 찾는 상당수 영화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부산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직야구장 등도 부산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촬영지이다. 금정구는 부산의 시작점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도시철도 1호선의 시발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 도시철도 차량기지가 소재하고, 울산·양산행 노선버스가 함께 운행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부산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등 대학가와 도시철도 역사 주변의 온천천 등은 젊음이 역동하는 활발한 장소이기에 도시적 감성과 젊음의 폭발적 에너지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는 동래구와 금정구의 대표적인 장소에서 촬영해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영화를 살펴보고, 영화 속에 나타난 부산의 풍경을 편한 걸음으로 따라가 본다.
▲ 부산시민의 열정이 느껴지는 사직야구장은 영화 ‘퍼팩트 게임’ ‘해운대’ ‘투혼’의 촬영지다(사진은 영화 ‘해운대’ 촬영 모습/사진제공·부산영상위원회).
일제강점기 일본 왕족 머물던 동래별장
동래온천은 예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한 온천이다. 우리나라 온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신라시대 때 ‘신들의 온천’이라는 뜻으로 ‘신정(神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때는 목욕객의 편의를 위해 역마를 배치하고 온정 부근에 관립여관인 온정원(溫井院)을 두어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기도 했다. 조선 숙종 때부터 욕사(浴舍·목욕시설)를 새로이 짓고 온천으로 개발된 동래온천은 1910년 일본인에 의해 근대적인 온천으로 본격 개발됐다. 당시 일본인들은 그들의 전용 목욕탕·여관·별장 등을 짓고 본격적인 온천영업을 했다. 1915년에는 부산진에서 동래온천장 입구까지 전차가 운행될 정도로 발전했었다. 당시 유명했던 곳이 대규모 욕장을 갖춘 봉래관(현 농심호텔 자리)과 일본인 부자 ‘하자마’가 별장으로 지은 동래별장이다. 특히 동래별장은 일본 왕족이 부산에 오면 이곳에 머물 정도로 그 유명세를 떨쳤다. 동래별장은 광복 직후 미군의 경남 제3지구 군정청이 들어섰고, 6·25전쟁 때는 부통령 관저였다. 이후 한때 요정으로 지금은 한정식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했는데, 최익현(최민식)이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상납하고 술을 마시는 장면, 최형배(하정우) 패거리들이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들과 회합장면 등이 촬영됐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에서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뒤틀린 운명 때문에 헤어진 채인호(주진모)와 기모노를 차려입은 정미주(박시연)가 비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동래온천 농심호텔(옛 봉래관 자리)은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의 촬영장소로 활용됐다. 극중 국정원 요원인 이재준(강지환)이 호텔직원으로 신분을 속이고 러시아 범죄 조직을 감시하는 장면 등을 찍었다. 온천장에 소재하고 있는 일식집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촬영을 했다. 오대수(최민식)와 미도(강혜정)가 처음 만나는 장소. 부녀지간인줄도 모르고 이 둘은 측은지심의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
▲ 영화 ‘범죄와의 전쟁’ ‘깡철이’ 등 많은 영화를 촬영한 동래별장. 지금은 한정식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 민간식물원 금강식물원
금강공원은 부산기념물 제26호로 1940년 금강원으로 불리다가 1965년 금강공원으로 정식 지정됐다. 금정산의 우거진 백년노송과 기암괴석 등 산세의 수려함이 마치 ‘작은 금강산’과 같다하여 ‘소금강’이라 부르게 된 것이 그 유래다. 금강공원 옆 금강식물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식물원으로 1969년 성창기업이 부산시민을 위해 조성한 종합식물원이다. 열대식물 580여종과 선인장 등 다육식물 540여종을 포함 약 2천여종의 식물이 식생하고 있다. 현재 세계식물원협회에 가입된 우리나라 3대 식물원 중 하나로 식물학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신세계 정신병원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자기가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임수정)이 정신병원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병원 환자인 박일순(비)과의 키스신이 촬영하기도 했다. 식물원 온실은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인 원예치료실로 등장한다.
▲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부산영상위원회).
영화 ‘퍼팩트게임’ 불꽃튀는 승부 배경, 사직야구장
‘한국 야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사직야구장. 부산사람들의 성정과 기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장소이다. 다양한 응원가가 야구장 위로 울려 퍼지고, 신문지로 응원용 꽃술을 만들어 흔들어대며, 쓰레기봉투를 태연하게 머리에 뒤집어쓰는 등 독특한 응원문화가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곳. 그리하여 부산사람들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직야구장에서는 천만관객 영화인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와 야구영화인 ‘퍼팩트게임’ ‘투혼’ 등이 촬영됐다. ‘해운대’에서는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이대호 선수가 병살타를 치자 술에 취한 최만식(설경구)이 욕을 하며 시비를 거는 장면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퍼팩트게임’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최동원 투수와 광주를 대표하는 선동렬 투수가 불꽃 튀는 승부를 펼쳐낸다. 김상진 감독의 ‘투혼’에서도 극중 잘 나가는 투수이면서도 제멋대로 성격인 윤도훈(김주혁)이 묵묵히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아내(김선아)가 췌장암이라는 것을 알고 마지막 투혼으로 공을 던지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호쾌한 타구 소리와 미트에 꽂히는 포구 소리가 쨍쨍하게 들리는 듯 하다.
▲ 영화 ‘퍼팩트게임’ 중 한 장면(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 산성 ‘금정산의 백미’ 금정산성
금정산성은 금정산 주능선의 해발 400여m에 둘러 서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산성이다. 사적 215호로 성벽의 축조양식으로 볼 때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며, 그 둘레만도 17㎞, 높이 1.5∼3.2m가 넘는 웅대함을 자랑한다. 산성을 따라 늘어선 기암과 깎아지른 절벽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암벽으로 솟은 웅장한 봉우리가 산성과 어우러진다. 특히 금정산성 동문에서부터 금정산성을 따라 의상봉, 원효봉에 이르는 ‘산성길’은 ‘금정산의 백미’라 할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산행 코스이다. 금정산 동문에서는 곽재용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했다.
극중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전지현이 쓴 시놉시스 ‘비천무림애’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전지현이 삿갓을 쓰고 등에 쌍칼을 찬 무사로 등장하고, 잔인무도하고 파렴치한 악당 견우(차태현)의 현상수배 방을 백성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청년문화 상징 부산대 주변과 온천천
온천천은 원래 수영강의 제1지류로, 동래 온천(溫泉)을 관통하는 하천이라 ‘온천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시철도 부산대역과 장전역 부근에는 대학가가 있어 온천천을 중심으로 청년문화예술이 꽃을 피우고 있다. 산책로 벽 따라 그려진 그라피티가 청년문화의 심벌처럼 자리하고, 부산대역 어울림 광장에는 락페스티벌과 다양한 예술 공연 및 전시들이 펼쳐진다. 특히 도시철도 역사 밑으로 흐르는 온천천 콘크리트 구조물이 차가운 도시의 이미지를 잘 보여줘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킹’에서 폭력조직 들개파 2인자인 최두일(류준열)의 격투신과 옛일을 회상하는 장면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오대수가 이우진(유지태 분)에게 15년을 갇혀 있다 다시 풀려난 자리로 도시철도 장전동역 밑이 배경으로 나온다. 풀려나자마자 이 곳 건달들에게 담배를 뺏어 피고, 건달을 상대로 복수를 위해 단련한 주먹을 휘둘러보던 장소로 등장한다. 그 외 황정민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촬영했다. 도시철도 노포역에서는 이석훈 감독의 ‘댄싱퀸’에서 황정민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시민을 얼떨결에 구하고 단번에 시민영웅이 되는 장면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부산환경공단 수영하수처리장은 하수를 처리하는 지하시설과 소화조, 가스탱크 등의 특수시설이 많아 독특한 장면연출을 위한 맞춤장소이다. 이곳에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전우치’의 주요장면을 비롯해 영화 ‘공조’를 촬영했다.
- 작성자
- 최원준 시인
- 작성일자
- 2017-05-3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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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 128호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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