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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6년 9월호 통권 119호 부산이야기호 기획연재

하얀 모래·투명한 바다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흑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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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북부 카리브해는 천혜의 휴양지다. 에메랄드 빛 바다 위로 강렬한 햇볕이 반짝이고, 하얀 모래는 발을 부드럽게 감싼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투명한 바닷물에는 수많은 해양생물이 살아 움직인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온몸이 짙푸른 옥빛으로 물들어 버릴 것 같다. 카리브해의 모래섬 ‘카요 차차우아테(Cayo Chachahuate)’에서 바다를 터전 삼아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가리푸나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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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두라스의 작은 모래섬 카요 차차우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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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라는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300 거리에 위치한 인구 7만명의 해안도시다. 텔라 시내는 라틴 특유의 분위기로 활기차다.

바나나 선적으로 유명한 북부 해안도시 텔라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북쪽으로는 카리브해, 남쪽으로는 태평양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남쪽으로는 니카라과와 접해 있다. 한반도 절반 크기의 국토에 850 인구가 살고 있다. 인구의 90% 이상이 메스티소(메스티소(Mestizo) 라틴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유럽인과 아메리카 토착민의 인종적 혼혈인을 지칭한다)이며, 국토의 60%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여행은 온두라스 북부의 해안도시 텔라(Tela) 거쳐 카리브해의 모래섬 카요 차차우아테로 향한다. 온두라스 북부는 바나나 농장이 많다. 19세기 , 미국 회사들은 온두라스 북쪽 연안을 사들였다. 미국 남부에 바나나를 선적하기 위해서다. 20세기 3개의 미국 회사가 온두라스 바나나 농장의 75% 소유했고, 바나나는 1913 온두라스 전체 수출량의 66% 차지할 정도로 산업 규모가 컸다. 소설마지막 잎새 유명한 헨리(O.Henry) 온두라스와 같은 중남미 국가들을바나나 공화국이라고 했다. 미국 거대 과일회사들이 온두라스 정치·경제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빗댄 말이다. 온두라스는 지금도 바나나, 커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보인다

북부 해안도시 텔라는 바나나 선적 도시 하나다. 수도 테구시갈파(Tegucigalpa)에서 300 거리에 위치한 인구 7만명의 도시로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다. 텔라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지고 저녁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북부 해안도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지만 온두라스는 치안이 불안정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기 때문에 손에 땀이 난다. 그동안 온두라스의 많은 도시에서 총을 흔히 있었다. 일반 상점을 지키는 경비원도 총을 소지하고 있고, 해가 지면 거리엔 인적이 끊긴다

독특한 언어·문화 지켜온 가리푸나 마을

다음날 아침, 시내는 라틴 특유의 분위기로 활기찼다. 해변에는 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야자수가 줄지어 있다. 어제 우연히 만난 텔라 출신의 미국 이민자 조가 오늘 1 가이드를 자청했다. 평소 텔라 관광개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시청에서 시작해 가정집까지, 부시장부터 동네 어린 아이까지 수많은 사람을 소개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이곳 사람들 모두와 인사하고 지낼 있을 것처럼 도시는 작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그의 친척들이 살고 있다는 마이애미(Miami) 갔다. 마이애미는 텔라 북쪽에 있는 가리푸나 마을이다. 가리푸나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후손이다. 흑인과 원주민의 피가 섞이고 섬에 고립돼 살면서 아프리카, 마야, 유럽, 남미 여러 요소가 섞인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다. 이들은 벨리즈,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 중미 국가의 카리브해 연안에 거주하며 언어는 가리푸나어를 쓴다. 2001 유네스코는 가리푸나 사람들의 언어와 , 음악 등을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마이애미 가리푸나 마을에서 모래 위에 지어진 집들은 단연 눈에 띈다. 야자수 잎을 엮어 지붕을 얹은 초가집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리푸나 전통 가옥이다

마을 옆에는 미코스 호수(Micos Lagoon) 있다. 이곳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강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장관을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 비옥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백로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같고, 청정지역에서 있다는 가마우지도 보인다. 호수 한편으로는 맹그로브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바다 위의 이라고 불리는 맹그로브 숲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뿌리를 내린다. 자연 재해를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이자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지아네트 카와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Jeannette Kawas)이다. 이곳은 온두라스에서도 가장 보호구역 하나로지아네트 이곳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회사와 다투다가 살해당한 환경운동가의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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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두라스의 작은 모래섬 카요 차차우아테에서 배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배는 등교하는 아이들의 스쿨버스가 되고, 놀이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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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요 차차우아테는 카리브해에 있는 모래섬이다. 이곳에는 70여명의 가리푸나 사람들이 독특한 언어·문화를 지키며 살아간다.

 

카리브해 작은 모래섬카요 차차우아테

4 5일간 텔라 여행을 마치고 카요 차차우아테로 떠났다. 카요 차차우아테는 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카요스 코치노스(Cayos Cochinos) 모래섬이다. 카요스 코치노스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2개의 섬과 13개의 모래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온두라스 육지에서 12 떨어져 있다. 근처에 있는 로아탄 같이 유명한 섬은 고급 휴양시설이 갖춰져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반면 카요스 코치노스는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조용하고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다. 그중 카요 차차우아테는 가리푸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으로, 물도 전기도 없는 오지라고 한다

텔라에서 100 거리에 있는 세이바(La Ceiba) 거쳐 다시 동쪽으로 40 거리에 있는 누에바 알메니아(Nueva Armenia) 도착했다. 누에바 알메니아는 눈에 봐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 엿보이는 어촌마을이다

카요 차차우아테로 가는 배편이 따로 없기 때문에 어부 말리카의 배를 빌렸다. 말리카는 바닷가재를 잡는 어부로서 바닷가재 철이 아니면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른 아침, 강가에서 말리카의 나무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출발한 얼마 지나자 않아 배에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사람이 겨우 나란히 앉을 있을 정도로 좁고 길이가 2m 남짓한 낡은 바닥엔 이미 물이 흥건하다. 물을 끊임없이 퍼내며 배가 가라앉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이 파도가 거세진다. 배가 뒤집어질 듯이 요동치더니 모터가 말썽이다. 바다는 끊임없이 넓고 푸르기만 하다. 1시간 거리를 2시간 걸려 겨우 카요 차차우아테에 도착했다

전통 지키며 살아가는 가리푸나 사람들

카요 차차우아테는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2분이 걸리는 작은 모래섬이다. 이곳엔 학교도 은행도 병원도 없다. 70여명의 가리푸나 사람들이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 인구 절반은 아이들이다

필자는 말리카의 집에서 3 4일간 머물렀다. 관광객이 쓰는 돈은 고기잡이와 더불어 이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1 투어 잠깐 이곳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간다. 사람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배가 들어오면 수공예품을 판다. 마을의 되는 청년들은 배를 몰아 관광객을 태우고 주변 가이드를 하며 용돈을 번다.

말리카의 아내 베띠는 아침 식사로 커피와 , 달걀, ‘발레아다(Baleada)’ 내왔다. 발레아다는 온두라스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밀전병 또르띠야 안에 삶아 으깬 콩과 치즈 등을 넣은 것이다. 가스가 없는 이곳에서 베띠는 능숙하게 불을 지펴 요리한다. 점심과 저녁 메뉴는 구운 생선이나 구운 닭에 팥밥이나 튀긴 바나나를 곁들인 것이다.

남자들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다. 말리카의 아들 12 페드로는 어른만큼 고기 잡는 솜씨가 뛰어나다. 혼자 능숙하게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 고기잡는 모습이 기특하다. ‘낚시왕이라고 칭찬하자 페드로는 부끄러웠는지 기둥 뒤로 숨는다. 아무리 가난이 아이들을 일찍 철들게 한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다

카요 차차우아테에서 배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배는 등교하는 아이들의 스쿨버스가 되고, 하교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온통 모래로 뒤덮인 이곳에서 신발은 의미가 없다. 야자수를 얹어 지은 바닥도 모래바닥이다. 신발을 벗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면 하루가 길어진다. 아침을 먹고 동네를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이웃들의 삶을 기웃거린다. 점심을 먹고 책을 읽다가 스노클링하고 아이들과 수영하며 논다. 주위 다이빙 포인트에서는 검은 산호초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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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요 차차우아테에서 점심, 저녁 식사는 주로 구운 생선이나 구운 닭에 팥밥 또는 튀긴 바나나를 곁들여 먹는다.

바다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섬엔 없는 것이 많다. 식수는 근처 섬에서 길어온다. 욕실이 따로 없는 이곳에서 샤워라는 것은 바가지를 머리 위에 쏟아 붓는 것이 전부다. 해마다 섬에서 달씩 휴가를 보낸다는 스페인 출신 여행자 마이테는 이곳 사람들 어느 누구도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며 밤에 요강 쓰는 법을 알려준다. 물론 낮에는 바다가 화장실이고 샤워장이고 놀이터다.

부족한 것이 많기에 사람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돕는다. 모든 사안은 부녀자 회의를 거쳐 결정하며, 이웃에게 소득이 형평성 있게 분배되도록 배려한다. 육지에 나가는 배가 있으면 필요한 물건을 사와 나눈다. 마을이라기보다 하나의 가족 같은 공동체다

섬에서의 시간은 멈춘 천천히 흘러갔다. 말리카는 배를 수리하는 시간 이외 대부분의 시간을 해먹에 누워 보낸다. 이곳 사람들 어느 누구도 서두르거나 조바심 내지 않는다. 근심 걱정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들에겐 드넓은 바다가 있다.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곳에선 방향이 다른 개의 파도가 부딪히는 모습을 있다. 모래섬 양쪽에서 각기 다른 해류가 밀려와 마치 개의 파도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신비한 파도 너머로 바다는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배와 사람들과 수많은 새들이 놀러 왔다간 자리엔 어느새 노을이 찾아와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잔다. 카리브해도 잠든 밤은 길고 깊다

작성자
김정희
작성일자
2016-08-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6년 9월호 통권 119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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