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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8월호 통권 118호호 기획연재

르네상스 고향 ‘피렌체’ … 위대한 예술가·예술작품 품은 도시

세계테마여행 - 이탈리아 ②피렌체·베네치아
아드리아해 진주 ‘베네치아’ … 운하·다리 아름다운 물의 도시

내용

‘유럽을 여행할 때 이탈리아는 마지막에 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탈리아를 먼저 보면 다른 나라의 여행이 싱거워진다는 뜻이다. 물론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이야기겠지만 이탈리아는 역사·건축·음식·풍경·예술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지중해의 심장부에 위치한 장화 모양의 반도국가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자연환경 때문인지 기질도 우리나라 사람과 - 더 정확하게는 부산사람들과 닮았다. 극성맞다고 할 만큼 활달하고 진취적이다. 

 

지난 호 세계테마여행에서 로마의 역사, 예술, 사랑의 길을 함께 걸었다. 이탈리아에는 로마 외에도 베네치아, 밀라노, 볼로냐, 피렌체, 시에나, 나폴리, 팔레르모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독특한 역사, 예술, 문화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다. 이 도시들 중 이탈리아, 아니 전 세계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두 도시가 있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르네상스 예술을 주도했던 꽃의 도시 피렌체와 ‘세상의 다른 곳’(문두스 알테르 :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사 시인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베네치아에 붙인 별명)이라 불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 물의 도시 베네치아다. 이 특별한 두 도시를 함께 여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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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작품으로 둘러싸인 피렌체

피렌체의 중심, 시뇨리아 광장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고대 봄의 제전을 재현하는 트로페오 마르조코(Trofeo Marzocco) 축제에 참여하는 기수들과 여행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통악기에 맞추어 기수행진이 시작되고, 여행자들은 기수단을 따라 마치 단테,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를 만날 것 같은 설렘을 안고 피렌체의 아름다운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꽃의 도시’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피렌체의 거리는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행자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도시에 살았던 사람처럼 편안하게 골목을 걷는다. 피렌체 중앙시장은 풍요로운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 과일이 가득하고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시장의 활기찬 풍경은 어느 나라나 같은 모양이다. 

 

피렌체가 특별한 것은 위대한 예술가들과 그들이 창조한 탁월한 예술적 성취가 도시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단테, 보카치오, 갈릴레오,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브루넬레스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이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활동하면서 중세를 넘어 르네상스 시대를 꽃 피우고  탁월한 작품을 도시 곳곳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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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페오 마르조코 축제에 참여하는 기수들과 여행자들이 시뇨리아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르네상스 중심 …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예술 작품 전시장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베키오 궁전을 지나 아르노강 쪽으로 걸어가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르네상스 예술의 보고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관람객들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 수태고지’ 등 르네상스 예술의 진수를 보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던 메디치 가문은 18세기 들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가문의 마지막 승계자인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는 ‘메디치의 재산은 피렌체의 재산’이라며 단 한 가지 조건을 걸고 모든 작품을 피렌체에 기증한다. ‘기증한 작품들을 절대 피렌체에서 반출하지 않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이탈리아 최고의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이다.   

   

우피치 미술관 외에도 르네상스 최고의 조각품 컬렉션이 있는 ‘바르젤로 박물관’, 미켈란젤로의 진품 다비드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메디치 가문의 교구교회 ‘산 로렌초 성당’, 르네상스 미술을 잉태한 마사초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브란카치 성당’, 그리고 피렌체의 상징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르네상스 예술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여행자들을 빛의 시대, 아름다움의 시대로 초대한다.   

 

마지막으로 미켈란젤로 언덕에 오른다. 피렌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르노강을 따라 베키오 다리와 산타 트리나타 다리가 보이고, 피렌체 역사지구가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풍경의 중심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다. 피렌체의 상징이자 르네상스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브루넬레스키의 거대한 주황색 돔이 여행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여행을 할 때 어떤 곳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풍경과 하나가 되고 싶은 곳이 있다. 미켈란젤로 언덕이 바로 그런 곳이다. 피렌체에 가거든 그저 가만히 앉아 해질녘까지 피렌체를 바라보자. 도시에 어둠이 내리자 아르노강의 베키오 다리와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서서히 빛을 쏟아낸다. 르네상스의 빛이 도시를 아름답게 감싸고 밤은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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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해질녘 아르노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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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종탑에서 바라본 브루넬레스키의 돔.

 

‘세상의 다른 곳’ 베네치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음 도시로 향한다. 2시간 정도를 달려 산타 루치아역에 도착하자 바다냄새가 물씬 난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도착한 것을 실감한다. 자동차가 없는 도시 베네치아,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한다.  

 

‘라구나’라고 불리는 석호지대 위에 세워진 도시, ‘세상의 다른 곳’이라 불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 베네치아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 동안 아드리아해와 지중해를 넘나들며 해상무역을 주도한 베네치아 공화국은 150여개의 운하와 400여개의 다리로 지탱되고 있는 말 그대로 ‘세상의 다른 곳’이다.

 

훈족에 쫓겨 석호지대 위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생선과 소금밖에 없었던 베네치아인들은 생존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 지중해 전역에 자신의 거점을 만들고 해상무역강국으로 거듭난 베네치아는 교황과 황제가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툴 때도 오직 베네치아의 번영과 이익을 위해 하나가 됐다. 

 

베네치아인들은 해상무역을 통해 축적한 부로 도시를 아름답게 꾸몄다. 건축가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물으면 대부분 ‘산마르코 광장’을 말한다고 한다. 산마르코 광장은 동서양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답게 여러 문명의 건축양식이 어울려 오직 베네치아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베네치아 광장을 한 눈에 보기 위해 종탑에 오른다. 피렌체에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이나 조토종탑에 오르기 위해서 좁은 계단을 힘들게 올랐던 여행자들은 종탑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역시 베네치아인들은 ‘고객의 마음을 아는’ 천상 상인들이다. 기꺼이 8유로를 내고 종탑에 오른다. 예술도시로서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피렌체 사람들은 ‘이 장사꾼들 같으니라고!’ 비웃겠지만, 베네치아 사람들은 껄껄 웃으며 ‘여행자는 편해서 좋고,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 좋지!’라며 피렌체 사람들의 비웃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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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인들은 수로를 따라 바다로 나가 아드리아해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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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이동수단인 곤돌라를 즐기는 사람들.

 

미로로 연결된 물의 도시

베네치아 여행의 묘미는 미로같은 골목을 걷는 것이다. 땅이 귀한 도시라 도시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어른 두 명이 나란히 다니기 힘든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건축한 지 300~400년이 넘은 건물들이 골목 양쪽에 서 있다. 지반 침하로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는 건물들도 제법 보인다. 좁은 골목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골목의 끝은 거의 수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모든 길은 산마르코 성당과 리알토 다리를 향하게 돼 있다. 

 

수로 위에는 베네치아의 상징, 곤돌라가 여행자들을 싣고 분주히 오간다. 대운하(Canal Grande)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저으며 나가는 곤돌리에를 보면서 척박한 땅을 ‘세상의 다른 곳’으로 가꾼 베네치아인들의 힘찬 기운을 느낀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의 세 도시 이야기를 썼는데 그 제목이 ‘주홍빛 베네치아’, ‘은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다.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도시는 특유의 빛깔을 품고 있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그 빛깔은 도시의 역사, 문화, 경관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

 

이탈리아 세 도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부산의 빛깔을 생각해 본다. 부산은 근대적 공간과 현대적 공간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마침 부산의 원도심과 산복도로를 운행하는 ‘만디버스’가 생겼다는 반가운 뉴스를 접한다. 이번 주말, 만디버스를 타고 부산의 속살을 만나야겠다. 부산만의 빛깔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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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이다. 베네치아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 역활을 했다(사진은 종탑에서 내려다 본 산마르코 광장).

작성자
김도근
작성일자
2016-07-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8월호 통권 118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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