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즐기던 ‘해운대 키드’ 안재홍
응답하라 1988 ‘정봉’ 역할로 스타덤 … 부산서 나고 자란 ‘부산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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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블리’, ‘집밖 봉선생’, ‘바찢남’ 등 독특한 별명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안재홍(30)이다. 그는 해운대에서 나고 자란 부산사람이다. 그의 이름이 낯선 사람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을 위해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캐스팅 했을까? 아니면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정봉’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정봉’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응팔에서 정봉이가 큐브를 맞추기 위해 집중하는 표정, 동네 조무래기들의 눈총을 받으며 오락실 게임에 빠져있는 장면을 보면 ‘저건 실제상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감칠맛 나는 연기로 ‘응팔’의 ‘정봉’ 역 완벽 소화
무엇보다 정봉이의 말투가 주는 재미는 각별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 ‘동생아, 이렇게 해보렴’이라며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면 시청자들은 저절로 웃음을 터뜨렸다. 안재홍이 아니라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정봉이를 상상할 수 없게 했던 말투였다.
어떤 역을 맡더라도 배역에 푹 빠져버리는 타고난 배우 안재홍. 하지만 의외로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아마도 타고난 재능을 스스로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리라. 안재홍은 초등학교 때 수영과 피구를 즐겼다고 한다. 수영선수로 각종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집에는 메달도 많다. ‘피구왕 통키’가 한창 인기를 몰던 때라 동네친구들과 피구도 즐겨했다. 그의 유소년시절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 한쪽에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돼 있는 친구의 모습 같다.
‘응답하라 1988’이 끝나고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 그는 인간적인 매력을 내뿜었다. 대학시절부터 서울에서 혼자 밥을 해먹으며 살았고, 요리프로그램 ‘올리브쇼’ 애청자라는 그는 하나밖에 없는 냄비로 요리를 척척 해냈다. 아프리카의 대자연 앞에서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며 감동하던 그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안재홍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며 자란 ‘부산사나이’다.
❶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❷ 영화 ‘위대한 소원’ 중 한 장면(사진제공·It’s new).
영화 ‘족구왕’ 주연 맡아 연기력 인정 받아
부산국제영화제를 매년 열리는 동네 큰 축제로 알고 자란 덕분인지 그는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헐리우드 키드’가 아니라 ‘해운대 키드’였던 것이다. 연극영화과 진학도 ‘영화가 좋아서’였다. 건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무대를 만났다. 동기들과 무대를 만들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조심스레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의 정봉이만을 기억하기에 그가 걸어온 한걸음 한걸음은 충실하고 또 싱그럽다.
안재홍이 영화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은 영화 ‘족구왕’이다. ‘족구왕’에서 안재홍은 주인공인 복학생 ‘홍만섭’ 역을 맡았다. 군대에서 부대원들과 족구를 하던 중 제대 명을 받은 만섭은 아름다운 청춘을 취업준비로 보내고 있는 대학 캠퍼스로 돌아온다. 면학 분위기에 방해된다고 족구장을 없애버린 학교에서 만섭은 족구를 부활시킨다. 꿈을 찾는 청춘이라면 만섭의 대사를 잊지 못할 것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좋아하는 것도 못하고, 취업준비로 하늘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학우들에게 만섭은 이야기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알만한 영화팬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피구왕 통키’를 좋아했던 안재홍은 족구를 못한다. 그래서 자세 위주로 족구 연습을 했다는데, 그가 높이 차올린 공은 영화팬들의 가슴에 청춘의 상징처럼 날아왔다.
배우로 다양한 캐릭터 소화 … 감독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안재홍은 ‘족구왕’으로 ‘제15회 디렉터스 컷 남자 신인연기자상’, ‘제2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독립영화계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안재홍을 본 부산사람들이라면 오늘날의 그를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안재홍은 ‘1999, 면회’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인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서 안재홍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엔 부산국제영화제를 동네에서 열리는 큰 축제로만 여겼는데 영화전공 학생이 된 뒤부터 ‘언젠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부산 출신인 그에게 이 상은 더 의미가 컸을 것이다.
그는 영화 ‘도리화가’에서는 소리꾼 지망생 ‘용복’으로, ‘널 기다리며’에서는 신참 ‘차 형사’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슬픈 씬’에서는 배우 이나영과 호흡을 맞췄다. 최근 개봉한 ‘위대한 소원’에서는 우정을 위해서라면 매를 맞는 것도 두렵지 않은 ‘갑덕’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내년에는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개봉 예정이다. 조선의 임금과 그를 따르는 사관이 나라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를 함께 파헤쳐 가는 추리 활극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올해 안재홍은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감독으로 참여했다. 그가 연출하고 연기까지 한 영화 ‘검은 돼지’가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받은 것이다. 안재홍은 지금 연출이든 연기든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심히, 끝까지, 잘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해운대 키드’ 안재홍. 부산은 그가 그 길을 걷기 시작했던 출발점이다.
- 작성자
- 박현주 객원기자
- 작성일자
- 2016-04-2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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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5호(2016년5월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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