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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2호(2016년2월호)호 기획연재

불의에 저항한 부산정신…부산시민 숭고한 민주정신 상징공원

포토에세이 / 부산의 공원 ② 부산중앙공원&민주공원

내용

​산복도로를 따라 길을 오른다. 초량산복도로의 제일 윗자락에 있는 공원, 중앙공원으로 향한다. 중앙공원은 중구·동구·서구·부산진구를 잇는 도심공원으로 원래는 대청공원과 대신공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6·25전쟁 때 판자촌을 이루고 있던 대청산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지금은 중앙공원으로 통합했다. 북쪽의 충혼탑을 중심으로 한 중앙공원과 남쪽 보수산 정상의 민주공원 등으로 각각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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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중앙공원&민주공원 전경.

호국영령 안식하고 있는 ‘역사테마공원’ 

부산항을 내려다보고 있는 중앙공원은 ‘호국과 민주주의 수호’를 상징하는 공원이다. 애국 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충혼탑과 광복기념관, 4·19민주혁명희생자위령탑과 봉안소, 대한해협전승비, 부산민주항쟁기념관, 독립운동가인 소해 장건상 선생의 동상과 최천택 선생 기념비 등 그 시설물로도 능히 짐작되는 부산지역의 ‘역사 테마공원’이다.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꽃동산 사이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야외조각공원도 유명하다. 

시민광장에 선다. 야외조각공원의 조각품들이 공원 이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차가운 날씨에도 가족과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북쪽 언덕으로 거대한 충혼탑이 부산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서 있고, 남쪽 언덕으로는 부산민주항쟁기념관의 횃불조형물이 부산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충혼탑으로 향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널리 기리기 위해 조성한 부산의 대표적인 추모탑이다. 계단을 오른다. 호국의 선열들이 안식하고 있는 집으로 오르는 길. 오를수록 충혼탑의 웅혼함에 저절로 엄숙해진다. 

계단을 다 오르자 높이 70m 거대한 자태의 충혼탑과 마주한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 나라와 겨레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부산출신 국군 장병과 경찰관 등 애국전몰 용사들의 영령을 모시고 있는 곳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충혼탑은 부산을 그윽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부산을 지키고자 하는 결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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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의 충혼탑 아래에는 9천338명의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영현실이 있다.

국가와 민족 위해 희생한 영령 뜻 기린 ‘충혼탑’

충혼탑은 건축가 고(故) 김중업의 작품이다. 건축가 김중업은 대한민국 건축의 현대화를 선도한 독보적인 건축가로 1969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층빌딩인 ‘삼일빌딩’을 비롯해 UN공원의 정문과 추모관,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인 ‘민족대성전’ 등을 설계했다.

이 탑은 8개의 연못 형태 좌대와 9개의 기둥 아래, 9천338명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반원형의 영현실이 안치돼 있다. 연못 너머에는 생명의 물길을 건넌 선열들의 영혼이 안식하고 있는 곳. 그곳을 건너 그들의 집으로 들어선다. 

위패를 모신 실내의 천장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채광이 아름답다. 기둥을 9개로 한 것은 황룡사 9층 석탑을 세울 당시의 천지우주 사상에서 따온 것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이 ‘모든 방향에서 나라를 굳건히 지켜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면면을 나직이 읽어내려 간다. 한 사람씩 호명할 때마다 따뜻한 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고개 숙여 그들의 편안한 영면을 빈다.

충혼탑을 내려오면 시민광장 뒤 쪽으로 부산의 유명 조각가들의 조각작품을 전시해 놓은 ‘야외조각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조각 작품의 야외전시를 통해 도시공간의 예술화와 시민정서 함양을 위해 1984년 조성했다. 

특히 2011년 이후 기존 조각 작품을 보수하고, 신규 작품을 새롭게 설치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총 15점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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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충혼탑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널리 기리기 위해 조성한 부산의 대표적인 추모탑이다

 

조국 광복과 민주수호 앞장선 선열들의 땅

민주공원으로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부산광복기념관’이 보인다. 부산광복기념관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불철주야 몸과 마음을 쏟았던 애국지사들을 기리고, 그들의 시간을 영원히 남겨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들의 숭고한 민족정신과 광복활동을 길이 빛내고 이를 전승하기 위해 2000년 광복절을 맞아 개관했다. 

1876년 부산항 개항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독립운동 자료 및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공판 속기록 번역서와 의병장 전성범이 사용하던 장총 등도 전시돼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 아울러 부산 소재 독립운동가 및 유공자 위패 431위를 봉안하고 있으며, 매월 1일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참배행사를 봉행하고 있기도 하다.

중앙공원 왼편 언덕에는 부산민주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보니 민주공원 건물의 ‘횃불 조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부산민주공원은 ‘4·19민주혁명’과 ‘부마민주항쟁’, ‘6월 항쟁’을 주도했던 부산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실로서, 그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공원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장승이 몇 개 떡하니 서 있다. ‘장승터’라 불리는 잔디광장이다. 이 장승은 전남 진도군민들이 부산시민의 민주정신을 기리며 만들어 보낸 것이다. 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야외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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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주공원 부산민주항쟁기념관은 민주혁명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부산시민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 읽다

민주공원은 행사나 공연을 위한 야외공연장인 ‘바깥놀이 마당’과 ‘어렵사리 마당’ 등이 있고, 건물 내 다양한 회의공간과 공연장, 상설 및 기획전시공간을 두고 있다. 옥상에는 전망대인 ‘바람마당’, 민주공원 상징탑인 ‘뜻기림횃불’ 등을 갖추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관 앞에 선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변기 때 분연히 일어난 부산시민들의 숭고한 정신이 서려 있는 곳. 부마민주항쟁과 6월 항쟁이 들불처럼 퍼져갔던 부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발짝 더 발전하는 전기를 만들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민주공원의 상징인 횃불 조형물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부산시민들의 열망이 이 횃불처럼 영원히 불타오르고 있는 듯하다. 복도가 달팽이처럼 빙빙 돌아가면서 막힘이 없다. 그렇게 끝없이 마지막 목적지까지 이르는 구조이다. 마치 한국의 민주주의처럼 지난하면서도 막힘없이 진행되는 길을 상징하는 듯하다. 

옥상 전망대인 ‘바람의 장’에 서면 부산의 도심이 동서남북으로 제대로 조망돼 사람 가슴을 시원하게 트이게 한다. 우선 부산항 조망은 ‘부산은 항구다’라는 것을 제대로 정의하고 있는 듯하다. 부산항대교가 부산항 사이로 보이고, 국제여객터미널과 북항 전경이 펼쳐진다. 

영도의 봉래산과 송도의 암남공원, 신선대 쪽으로 컨테이너항까지 널리 조망된다.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그리고 부산의 주요 도심이 발 아래로 사방팔방 호활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밤이면 영롱한 불빛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부산의 야경도 감상할 수가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관을 나와 민주공원을 감싸듯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모든 나뭇잎들이 떨어진 길은 명징하면서도 홀가분하다. 이 산책로는 봄의 벚꽃이 탐스럽고 우아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벚꽃 비 내리는 저녁이면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며 걷는 길이 바로 이 길이다. 곳곳의 체육시설에는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제 몸들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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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주항쟁기념관을 찾은 시민 모습.

 

4·19민주혁명희생자위령탑, 37인 위패 봉안

4·19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광장에는 ‘4·19민주혁명희생자위령탑’과 ‘봉안소’가 있다.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은 원래 1962년 용두산공원에 건립된 것으로, 2007년 민주주의 성지인 민주공원으로 옮겨 왔다. 그리고 4·19 영령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그들의 넋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영령 봉안소’에는 4·19 희생자 및 부상자 37인의 영정사진을 봉안하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아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에 항거해 민주정의를 수호한 싸움, 그것이 바로 1960년 4월19일 의거였다. 젊은이들의 순정에 우러난 민주정의의 분노를 누가 막으랴. 그러나 4·19의거에 많은 젊은이들이 독재정권의 흉탄에 쓰러졌다. 여기 이 의거탑은 바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민주수호의 숭고한 정신을 이 고장에 전해 젊은이들의 귀감으로 삼고자 여기에 탑을 세운 것이다.’(4·19혁명 희생자 위령탑 비문내용) 

위령탑 비문을 한자 한자 읽어내려 간다. 구구절절 그들의 숭고한 의분이 읽힌다. 위령탑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한다. 

청량한 바람이 옷깃 속으로 파고든다. 바람마저 깨어 있어라 깨어 있어라 한다. 겨울을 지나면 곧 봄일 터,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겨울의 엄혹함을 이겨내야 하는 법. 모든 것 다 털어버린 자가 그 이듬해의 봄의 절정을 맞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중앙공원과 민주공원을 따라 길을 걷다보니, 부산과 부산사람들이 우리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걸어왔고, 또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가 선연하게 펼쳐진다. 불의에 단호하고 정도를 걸어왔던 그 시절의 선열들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에 실려 카랑카랑하기만 하다. 


 

작성자
최원준 시인
작성일자
2016-01-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2호(2016년2월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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